‘담뱃값 인상’ 이번엔 실현될까… 성인 흡연율 세계최고 수준 오명 벗기 안간힘

입력 2012-09-10 19:19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흡연을 처음 시작하는 시기는 초등 6학년에서 중학교 1학년 사이(이하 2010년 기준)이다. 청소년(중1∼고3) 중 흡연 경험자는 무려 26%에 달한다. 성인 흡연율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15세 이상 남성의 흡연율(44.3%)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그리스 다음 2위다.

TV 속 흡연 장면을 없애고 금연구역을 공격적으로 넓히는 등 금연 정책은 확대돼 왔지만 흡연율은 기대만큼 떨어지지 않았다. 지난 5일에는 담뱃갑 흡연경고그림 도입, 오도문구(마일드 등) 금지, 담배 성분 공개 등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정부가 내놓을 수 있는 정책카드는 거의 다 공개한 셈이다. 이제 관심은 ‘최고의 금연정책’이라는 담뱃값 인상 여부에 쏠리고 있다.

◇짜장면보다 싼 담배=담뱃값이 마지막으로 오른 건 2004년 12월이다. ‘500원 인상’에 성인 남성의 흡연율은 2004년 57.8%에서 2006년 44.1%로 2년 만에 13.7% 포인트 줄어들었다. 효과는 외국 사례로도 확인된다. 미국의 경우 담배가격을 10% 올릴 때마다 성인의 흡연율은 5%, 청소년의 흡연율은 7%씩 떨어졌다.

김은지 한국금연운동협의회 사무총장은 “한 끼 식사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싼 담배가격이 흡연을 부추긴다”며 “흡연 시작연령을 낮추기 위해 담뱃값은 반드시 인상돼야 한다”고 말했다.

유럽연합 담배규제위원회가 OECD 22개국의 담배가격을 조사한 결과 한국의 담배가격(2500원)이 가장 저렴했다. 1위 아일랜드는 1만4975원으로 한국의 6배였다.

◇적정가격은 5000원?=전문가들은 충격효과를 위해 ‘두 배 이상의 대폭 인상’을 권고한다. 연구에 따르면 가격이 10% 인상되면 흡연율은 3% 떨어진다. 현재 48%인 성인(19세 이상) 남성의 흡연율을 29%까지 떨어뜨리려면 담배가격이 5000원까지 인상돼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지난 5일 발표에서는 제외했지만 보건복지부는 이미 ‘2500원 인상안’을 준비해놓고 여론을 지켜보고 있다. 방식은 두 가지. △2500원을 한번에 올린 뒤 매년 물가인상률을 반영해 자동 인상되도록 하거나 △6개월∼1년 단위로 500∼1000원씩 인상할 수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대국민공청회 등을 통해 흡연자들의 반발까지 다 수렴한 뒤 인상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영미 기자 ym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