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수해 지원 받겠다” 우리측 제의 수용… 남북대화 물꼬 틀까 ‘관심’
입력 2012-09-10 21:59
북한이 10일 우리 정부의 대북 수해지원 제의를 수용했다. 정부가 지난 3일 대한적십자사 명의 통지문을 보낸 지 일주일 만에 호응해 온 것이다.
정부 당국자는 “오늘 오전 북한 측이 장재언 조선적십자중앙위원회 위원장 명의의 답신 통지문을 보내 왔다”며 “앞으로 지원과 관련한 실무적 문제를 북측과 협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북측은 통지문에서 우리 측이 생각하는 품목과 수량을 알려 달라고 요구해 왔다. 정부는 관계 부처와 협의를 통해 이에 대한 답변 통지문을 조만간 보낼 계획이다. 이 당국자는 “어떤 품목을 얼마나 지원할 것인지는 정해진 것이 없다”며 “판문점 문서교환 방식을 통해 북한과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조건 없는’ 지원 의사를 밝히면서 지난해 수해지원과 달리 쌀과 시멘트가 포함될지 주목된다. 지난해 수해 때 북한은 “쌀과 시멘트를 통 크게 지원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정부는 군사용으로 전용될 우려가 있다며 이를 거절했다. 결국 영·유아용 영양식 등 50억원 규모의 지원을 제시했지만 북한은 수용하지 않았다.
북한은 이번에도 통지문에서 “작년과 같은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요구 품목으로 쌀, 시멘트, 복구용 중장비를 언급한 셈이다.
정부도 현 정권 임기 안에 관계 개선을 모색하려 적극 나선 만큼 지난해와 달리 품목과 수량에서 ‘통 큰’ 결단을 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010년 쌀 5000t, 시멘트 1만t, 컵라면 300만개 등 100억원 규모의 수해 지원을 진행하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으로 중단한 점에 비춰 쌀과 시멘트는 일정 한도 내에서 지원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 경우 최근 이산가족 상봉 제의에 북측이 사실상 거부의사를 밝히고 있지만 수해 지원 접촉과정에서 이산가족이 만날 수 있는 ‘불씨’가 살아날 수 있다. 더 크게는 천안함·연평도 사건, 금강산관광 재개 등을 논의하기 위한 남북 당국 간 후속 대화가 이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군사용으로 전용될 우려가 있는 쌀을 지원할 경우 그간의 대북 원칙론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 북한이 국제사회 지원을 위해 받을 것만 받고 본격 대화는 피할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앞으로 남북 실무접촉이 마냥 장밋빛은 아니라는 관측도 있다.
최근 집중호우와 태풍 ‘볼라벤’ 등으로 북한은 사망 223명, 실종·부상 594명, 농경지 피해 약 12만ha, 살림집 파괴·침수 5만6000여 가구, 건물 파괴·침수 2400여동, 이재민 23만명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