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미니호 소말리아 해적에 피랍 500일째… 선원 4명 건강 극도로 악화 우려
입력 2012-09-10 21:42
싱가포르 선적 ‘제미니(MT GEMINI)호’의 한국인 선원 4명이 소말리아 해적에 피랍된 지 10일로 500일째가 됐다. 종전 최장이었던 삼호드림호(217일)의 억류 기간을 배 이상 넘어섰지만 해결의 실마리는 풀리지 않고 있다.
제미니호는 지난해 4월 30일 케냐 몸바사항 남동쪽 310㎞ 해상에서 납치됐다. ‘아덴만 여명 작전(1월 21일)’으로 석해균 선장 등 삼호주얼리호 선원을 구출한 지 불과 3개월여 만이었다.
이후 같은 해 11월 30일 싱가포르 선사와 해적 간 협상이 타결됐다. 선사 측이 헬기로 돈을 제미니호에 떨어뜨리면 해적들이 돈을 받고 24시간 이내에 선원을 둔 채 배를 떠나는 방식이었다. 맞교환은 다국적 대(對)해적 부대인 연합해군의 근거리 감시 아래 이뤄졌지만 해적들은 돈을 챙긴 뒤 한국 선원 4명만 다시 납치해 갔다. 일각에서는 아덴만 작전 이후 해적이 한국 선원에 대한 보복을 공언한 상황에서 정부가 밀착 감시를 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있다.
해적들은 한국인 선원들을 데리고 소말리아 내륙으로 이동했고 이후 선사와 해적 간에 재협상이 진행 중이지만 협상 금액 차가 수배에 이르고 있어 타결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해적들은 피랍 초기에는 아덴만 여명 작전 당시 생포된 해적을 석방하는 조건도 내걸었지만 현재는 몸값만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지난 7월 말 싱가포르 선사를 통해 4명의 신변에 이상이 없는 것으로 파악했지만 그 이후 생사 여부는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해적들이 인질을 살해한 전례가 없는 점 등을 들어 신변 위협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하지만 장기간 피랍에 따른 선원들의 건강이 극도로 악화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고, 최근 시리아 국적 인질 1명이 살해되는 등 위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정부 관계자는 “싱가포르 선사가 협상에 나서고 정부는 측면에서 많은 지원을 해왔다”며 “앞으로도 우리 국민이 안전하게 석방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