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 창사후 첫 800여명 희망퇴직… 불황속 기업들 구조조정 본격화
입력 2012-09-10 19:02
불황이 장기화되고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이 계속되면서 대기업의 인력 감축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1997년 IMF 당시를 연상케 하는 칼바람이 몰아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상당수 기업은 구조조정의 파장을 우려해 쉬쉬하며 내부적으로 소리 없이 진행하고 있다. 구조조정이 아니라 ‘인력 재배치’나 ‘문제성 직원 솎아내기’라고 강조하기도 한다.
르노삼성은 2000년 창사 후 처음으로 실시된 희망퇴직 신청에서 800여명이 접수를 마쳤다고 10일 밝혔다. 부산공장에 몰려있는 생산직의 경우 전체 3000명 가운데 350명이 신청해 11.7%, 사무·영업직은 1500명 중 450명이 신청해 30%를 기록했다. 연구개발 및 디자인 인력은 대상에서 제외됐다.
희망퇴직자는 근속연수에 따라 최대 24개월 치 월급에 해당하는 위로금과 부양자녀 1인당 500만원의 지원을 받게 된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인력 감축에 따른 생산라인 재정비 등 조직 안정이 최우선 과제”라면서 “추가 희망퇴직은 없다”고 못 박았다. 하지만 르노삼성의 모기업 르노-닛산 그룹의 카를로스 곤 회장이 매각과 구조조정의 달인인 ‘코스트 커터(cost-cutter)’라는 별명으로 유명해 추가 인력 감축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완성차에선 한국지엠이 지난 7월 부장급 이상 간부사원 1000여명 가운데 130여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아 절차를 진행 중이다. 역시 24개월 치 위로금과 지엠 차량 구입 쿠폰 1000만원이 제공된다. GS칼텍스도 지난 6월 영업본부 소속 50대 초중반 팀장급 이하 직원 70여명을 상대로 퇴직 후 직영주유소 근무 및 60세 정년 보장 등을 조건으로 희망퇴직을 마쳤다.
삼성그룹은 인력 재배치란 우회로를 택하고 있다. 삼성물산 상사부문은 전체 1129명의 인력 가운데 8.8%에 해당하는 100명 이내 인력을 이달 안에 삼성에버랜드 호텔신라 등 다른 계열사로 재배치할 예정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구조조정은 절대 아니며 상사부문의 글로벌 인재를 필요로 하는 다른 계열사에 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앞서 실적 부진에 시달린 삼성중공업 건설부문 인력 30여명도 삼성에버랜드의 조경 리모델링 담당 사업부로 옮겨간 바 있다. 그룹 내 미래전략실 주도로 인력 감축 드라이브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재계 서열 24위인 KCC도 7월 직원 40여명을 해고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지만 회사 측은 “인사고과상 문제가 있어 실시한 인사조치”라고 해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상시 감원 체제인 대기업의 특성상 희망퇴직보다는 소리 없이 인력을 줄이는 방식을 선호한다”면서 “경기가 안 좋아 앞으로 얼마나 다운사이징을 할지가 더 문제”라고 말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