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그룹 상장계열사 1년새 뽑은 사외이사 보니… 10명 중 4명 권력기관 출신
입력 2012-09-10 18:50
삼성생명은 최근 김정관 전 지식경제부 2차관을 사외이사로 들였다. 서울대 초빙교수로 재직 중인 김 전 차관은 지난해 9·15 대규모 정전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차관 임명 6개월 만에 물러났다.
SK 비자금 사건 등을 맡았던 문효남 전 부산고검장은 삼성화재 사외이사로 영입됐다. 2009년 검찰총장 후보군에 올랐던 그는 사법고시 21회 동기인 김준규 당시 대전고검장에 밀려 검찰을 떠난 뒤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10대 재벌그룹의 상장계열사가 지난 1년간 새로 뽑은 사외이사 10명 중 4명은 검찰과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등 권력기관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로비 창구로 활용되거나 거수기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10일 재벌닷컴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삼성·롯데·한화·두산 등 10대 그룹 소속 93개 상장계열사의 사외이사는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총 330명(중복자 포함)이다. 이 중 77명이 새로 뽑혔다.
신임 사외이사는 교수가 31명(40.3%)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검찰 10명, 행정부 공무원 9명, 국세청 4명, 공정거래위원회 3명, 법원(판사) 2명, 관세청 1명으로 정부 고위 관료나 권력기관 출신이 29명(37.7%)이었다. 특히 전직 차관이나 차관급 공무원 출신이 10명이나 됐다.
2010년 지식경제부장관 후보자로 내정됐다가 쪽방촌 투기 등으로 낙마한 이재훈 전 지식경제부 2차관(두산인프라코어), 노동부에서 24년간 근무하며 공무원노조법 입법을 추진하기도 했던 노민기 전 노동부 차관(삼성SDI·롯데미도파)은 최근 재벌그룹 계열사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조근호 전 법무연수원장(롯데손해보험), 문성우 전 대검찰청 차장검사(대한생명), 서대원 전 국정원 1차장(두산), 김태현 전 법무연수원장(롯데쇼핑) 등도 차관급 공무원 출신 사외이사다.
검사장급 이하 검사 출신은 2007년 대통령선거를 전후해 주요 공안 사건을 지휘했던 신종대 전 대구지검장(롯데칠성)을 비롯해 이승섭 전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SK증권), 양재택 전 서울남부지검 차장검사(코원에너지서비스) 등이 있다.
이주석 전 서울지방국세청장(대한항공), 김남문 전 대전지방국세청장(롯데칠성), 김창섭 전 국세공무원교육원장(두산건설) 등은 국세청 인맥이다. 공정위 출신은 주순식 전 상임위원(현대중공업·SK C&C)과 이동훈 전 사무처장(현대글로비스)이 있다. 손병조 전 관세청 차장은 최근 삼성화재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관계자는 “사외이사는 경영감시에 실패해도 책임을 지지 않기 때문에 로비 창구를 원하는 기업과 상생하는 구조”라며 “사외이사의 권한과 책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