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계현]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인프라건설

입력 2012-09-10 18:47

최근 태풍 볼라벤의 위력은 인간이 자연 앞에서 얼마나 허약한가를 여실히 보여줬다. 2002년 루사, 2003년 매미 등 볼라벤을 능가하는 수마의 횡포는 많은 비용과 노력을 투자해 건설한 경제성장의 인프라가 하루아침에 무너질 수 있다는 악몽을 꾸기에 충분했다. 매년 우리나라를 강타하는 홍수, 가뭄은 온실가스에 의한 기후변화의 영향이라는 것이 관련 학자들의 중론이다.

지난해 여름에도 서울·경기 지역에는 일강우량(서울 301㎜, 경기 450㎜) 사상 최대, 섬진강 유역에는 500년 빈도의 홍수, 충남 지역에는 104년 만의 가뭄 등이 있었다. 이렇게 이상기후 현상으로 인한 피해가 ‘실제상황’으로 반복되는데도 사회 일각에서 댐 건설의 불가피성을 외면하고 ‘콘크리트 경제’ ‘토건족을 배불리는 사업’ 등 댐의 가치를 비하하는 논리가 등장하는데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는 여름철에는 빗물을 저장해 홍수피해를 줄이고 갈수기에는 이 물을 이용해 갈증에 시달리는 국민과 생산시설에 배분한다. 이 시설인 댐의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세계가 놀란 한국의 경제성장의 저변에는 물 관리의 기본인 다목적댐 건설이 결정적이었다.

한국에선 수자원 인프라 건설에 소극적인 반면 최근 기후변화에 대비하는 외국의 관심은 놀라울 정도로 뜨겁고, 정책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2009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개최된 ‘기후변화회의’에는 193개국 3만여명이 참가했다. 2000년대 초반 댐 사업 지원중단을 선언했던 세계은행은 지난 5월 열린 국제대댐회(ICOLD)에서 세계적 기후변화에 대비하는 데 가장 바람직한 댐 사업에 지속적인 지원 입장을 밝히며 3개 신규 댐(인도네시아, 베트남, 카메룬) 프로젝트를 승인했다.

일본은 2009년 기존 댐 건설을 철회했으나 2011년 태풍 탈라스와 2012년 규슈지역 집중호우 등으로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자 중단됐던 얀바댐 등 6개 댐 건설을 재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미국은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2500명이 사망·실종하고, 896억 달러의 홍수피해를 본 뒤 치수사업에 대한 경제성 평가(B/C)를 면제했다. 태국은 2011년 짜오프라야강 유역의 집중호우로 600명 이상이 사망하고 53조원의 피해가 발생하자 117억 달러 규모의 중장기 통합물관리구축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세계 각국은 기후변화에 따른 가뭄·홍수피해 최소화를 위해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기후변화 시대에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정부는 과거 소양강댐과 같은 대규모 댐이 아닌 환경영향을 최소화하면서 지역의 가뭄·홍수예방, 하천환경 개선을 위한 특성화된 중소규모 댐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우리나라도 2009년부터 재해예방사업은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토록 했다. 신규 댐 사업은 법적 절차에 따라 경제성과 지역균형발전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타당성을 인정받은 후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효율적인 사업추진을 위해 계획단계부터 전문가와 지역의견을 수렴해 환경영향 최소화 대책을 수립하고, 지역과도 긴밀하게 협력하고 대화하는 등 새로운 수자원정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기후변화는 우리가 직면한 최대의 도전과제이며 물 환경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이런 위기상황을 제어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안전판이 무엇인지 냉철하게 고민해야 한다. 특히 국민생활의 안전과 경제성장의 기반인 인프라 건설은 지속돼야 한다.

김계현 인하대 교수·지리정보공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