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계 다다른 ‘이해찬-박지원’ 체제

입력 2012-09-10 21:24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순회투표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 후보는 당선이 확정되더라도 상처뿐인 영광을 안게 될 듯하다. 경선 룰을 둘러싼 파행과 논란이 지속되고 있고, 급기야 폭력사태까지 벌어졌다. 게다가 세간의 이목은 온통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와 장외의 안철수 서울대 교수에게 쏠려 있다. 민주당 경선 결과에는 별 관심이 없다. 문 후보가 민주당 후보로 선출되더라도 컨벤션 효과는 그리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벌써부터 나오는 이유들이다.

보다 심각한 문제는 민주당 내에 패배의식이 팽배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대선후보가 정해져도 안 교수와의 야권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안 교수에게 패해 대선에 후보를 내지 못하는 정당으로 전락하고, 결국에는 당이 와해되는 게 아니냐는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민주당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대선에 출마할 자기 당 후보를 뽑는 중요한 선거를 치르는 와중에 대선 출마를 선언하지도 않은 안 교수에게 ‘러브 콜’을 해온 지도부 책임이 막중하다는 얘기다. 최근에 벌어진 ‘안철수 불출마 협박’ 공방과 관련해 당에 진상조사위를 설치하는 등 안 교수 지원에 나선 점도 마찬가지다. 안 교수 노선이 반(反)새누리당이어서 민주당이 연대를 모색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로 보이지만, 너무 정치공학적인 접근법이다. 안 교수의 지지율이 민주당 대선주자들을 다 합친 것보다 높게 나오는 것은 민주당에 대한 유권자들의 실망감이 크다는 방증이다. 민주당은 유권자들의 열망에 부응해 지속적인 변혁과 쇄신을 단행했어야 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안 교수에게 기대려 했다. 그 결과 안 교수로의 야권 후보 단일화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당내 인사들이 늘어나고, 경선에서 대선후보를 뽑아봤자 뭐하느냐는 자괴감이 퍼지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은 지금부터라도 달라진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걸핏하면 새누리당을 헐뜯거나 비난하는 구태정치, 미래지향적이 아니라 과거지향적인 정치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리고 민주당이 집권하면 이런 일들을 하겠다고 당당히 밝히면서 유권자들의 마음을 얻는 일에 치중해야 한다. 무조건적인 ‘안철수 바라보기’를 중지하고, 당내 대선후보를 키우는 일에 매진해야 함은 물론이다.

경선 관리에 허점을 드러내고, 당 쇄신에 실패한 ‘이해찬 당대표- 박지원 원내대표’ 체제는 한계에 다다랐다고 봐야 한다. 당내에서조차 쇄신 대상으로 거론되는가 하면 공공연히 ‘2선 후퇴론’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박 원내대표가 오늘 의원총회를 소집키로 한 것 역시 당내 불만여론과 직접적 연관이 있다. 참신한 인사들을 당의 전면에 포진시키는 인적 쇄신도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