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테러 11주년… 우울한 미국, 구조작업 수만명 후유증 신음

입력 2012-09-10 18:30

미국인들은 9·11테러 11주년을 씁쓸한 기분으로 맞이하게 됐다. 이날 개장 예정이던 ‘9·11박물관’이 시기를 맞추지 못했기 때문만이 아니다. 당시 사건 직후 구조작업에 참여한 수만명이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고 ‘그라운드 제로(9·11로 무너진 세계무역센터)’ 부지에 새로 들어설 ‘하나의 세계무역센터(프리덤타워)’ 건설 작업도 정치적인 논란에 휩싸여 있기 때문이다.

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2만여명의 그라운드 제로 구조작업 참가자들이 호흡기 질환을 비롯한 다양한 후유증을 겪고 있다. 뉴욕소방본부는 지난주 9명의 사망자 이름을 그라운드 제로 구조작업 희생자 명단에 추가했다. 모두 64명이 됐다. 자원봉사자들까지 더하면 1000명 이상이 후유증으로 사망했고, 2만여명이 치료를 받고 있다. 정기적인 검진을 받는 사람까지 더하면 4만명이 넘는다.

‘그라운드 제로 건강검진’ 단체를 운영하는 존 필씨는 “11년 전 그날 숨진 2751명의 고통은 길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을 찾아내기 위해 달려간 사람들은 지난 11년간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필씨도 구조작업 중 한쪽 다리를 잃었다.

올해 개관할 예정이었던 박물관은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과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가 운영비 부담 방안에 합의하지 못해 개관 시점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2014년으로 예정된 ‘하나의 세계무역센터’ 완공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박물관에는 10억 달러(약 1조1200억원), 새로운 무역센터 건물에는 150억 달러가 들어간다. 2008년 당시 추산한 110억 달러보다 늘었다. 서로 부담을 떠넘기면서 박물관 공사와 기금마련 행사는 1년 가까이 중단됐다.

의견은 다양하다. 9·11 당시 남편이 숨진 레슬리 해스킨씨는 “아직도 많은 이들이 의료비 부담과 생활 파탄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데 왜 건물을 세우는 데 그 많은 돈을 퍼부어야 하느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아들을 잃은 전직 소방대원 짐 리치씨는 “달나라에도 사람을 보내는 시대에 10년이 넘도록 건물 하나 세우지 못하고 있다”고 한탄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