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무덤에 침 뱉어라’에 모든 것 담겨”… 박근혜, 아버지 발언까지 인용
입력 2012-09-10 21:52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 후보가 박정희 전 대통령의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는 발언까지 인용하며 과거사 논란에 적극 대응하고 나섰다. 대선을 100일 앞두고 “역사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것이어서 박 후보가 변화된 역사인식을 보일 가능성은 더욱 낮아졌다. 박 후보는 10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유신에 대해 많은 평가가 있는데 당시 아버지는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고까지 하면서 나라를 위해 노심초사했다. 그 말 속에 모든 것이 다 함축돼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어느 재미(在美) 작가가 아버지 3주기 때 한반도가 박 전 대통령을 만들어간 방법과 박 전 대통령이 한반도를 만들어간 방법, 두 가지를 동시에 생각해야 바른 평가가 나온다고 썼는데 그 글이 많이 생각난다”고 했다. 그는 5·16에 대해서도 “내가 그때 지도자였다면 어떤 선택이나 판단을 했을까, 이런 것을 생각하면서 객관적으로 봐야 되지 않나”라고 말했다.
아버지 시대를 직접 평가하는 대신 여러 인용 등을 통해 당시 상황에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음을 드러낸 것이다. 박 후보는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청문회부터 이번 경선 과정에 이르기까지 “과거사는 역사와 국민의 판단에 맡기고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을 줄곧 되풀이해 왔다.
인혁당 피해자에 대한 사과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대법원 판결이 두 가지로 나오지 않았나. 그 부분도 앞으로의 판단에 맡겨야 되지 않겠냐고 답한 적이 있다”며 명확한 입장을 나타내지 않았다.
이번 발언으로 과거사를 둘러싼 박 후보의 입장 변화가 쉽지 않다는 점이 재차 확인됐다. 그간 박 후보 주변에선 “대선이 더 진행되기 전에 과거사 문제를 털고 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상돈 정치쇄신위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박 후보가 인혁당 유족을 빨리 방문하는 게 좋다”고 했고, 유기준 당 최고위원 역시 “유신시대의 아픔에 대해 박 후보의 이야기가 있을 것”이라고 말해 과거사 입장 변화를 암시했다.
하지만 박 후보는 출마선언, 후보선출, D-100일 인터뷰에서 모두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것이란 분석이 설득력을 더해가고 있다. 대선이 다가올수록 ‘표 때문에 입장을 바꿨다’는 비판도 커질 터여서 이제 전향적 변화를 기대하긴 어렵게 됐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과거사 문제를 둘러싼 박 후보와 야권의 공방이 대선 내내 이어질 가능성도 높아졌다.
민주통합당 정성호 대변인은 “5·16은 명백한 군사쿠데타였고 유신은 헌법파괴 행위로 국가를 사유화하고 인권을 탄압한 전제정치였다”며 즉각 비판했다.》관련기사 22면
김현길 임성수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