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경선 후폭풍… 들끓는 지도부 쇄신론
입력 2012-09-10 21:58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경선이 폭력 사태로 얼룩지며 당내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초·재선 의원부터 4선 이상의 중진들까지 잇따라 모임을 갖고 지도부 책임론을 거론하는 등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민주당 소속 박병석 국회부의장은 10일 기자들과 만나 “4선 이상 중진의원 11명이 오찬간담회를 갖고 당내 현안을 논의했다”며 “경선 과정에서 분란이 촉발된 데 대해 당 지도부는 성찰하고, 당원과 국민에게 더 낮은 자세로 진지한 소통을 할 것을 촉구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오찬에는 4선 이상 15명 중 이해찬 대표와 경선주자인 정세균 상임고문, 김성곤 이석현 의원을 제외하고 김한길 이종걸 추미애 최고위원과 문희상 이미경 원혜영 의원 등이 참석했다. 성향상 비노(非盧·비노무현) 측 인사들이 다수였다.
박 부의장은 “계파의 기득권을 해체해야 한다는 데도 의견 일치를 봤다”고 했다. 이 대표와 문재인 상임고문을 비롯한 친노(親盧·친노무현)를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박 부의장은 “지도부에 소통을 요구한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선을 그었다. 일부 의원들은 이 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의 ‘2선 후퇴론’을 제기하면서 지도부에 직접적인 불만을 표시했다고 한다.
오전에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지도부를 겨냥한 쇄신 목소리가 쏟아졌다. 김한길 최고위원은 “쇄신을 이끌어야 할 지도부가 오히려 쇄신의 대상으로 지목받게 된 것 같아 자괴감을 지우기 어려운 심정”이라며 “지도부가 고통스럽더라도 변화와 쇄신 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기정 최고위원도 “김두관 전 경남지사가 제안한 4명의 경선주자와 이 대표가 만나는 ‘4+1’ 만남을 당장 성사시켜 당의 단합과 쇄신 방안을 논의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몸이 불편하다”며 이날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초·재선 의원들이 요구한 전체 의원총회도 11일 오전에 열린다. 일종의 ‘쇄신의총’으로 지도부가 받아들여 성사됐다. 한 초선의원은 “그동안 지도부가 안하무인하게 상황을 대처했다는 인식이 큰 만큼 좀 더 진솔하고 겸허한 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를 이룰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날 대구·경북지역 TV토론회에서도 당내 기득권 세력을 두고 손학규 상임고문과 문 고문 간에 입씨름이 벌어졌다. 손 고문은 “문 고문이 연설회에서 ‘기득권 정치를 깨겠다’고 하는데, 문 고문은 누가 봐도 이 대표와 같은 세력이고 담합의 주체”라며 “기득권을 쥔 사람들이 개혁하지 않는데 누구를 겨냥해 말하는 거냐”고 몰아세웠다. 이에 문 고문은 “국민들이 정당 바깥에서 희망을 찾는 것은 민주당이 친노니, 비노니 편 가르고 싸우기 때문”이라며 “이를 바로 잡고 쇄신하려면 서로 단결해야 한다는 얘기를 하는 것”이라고 응수했다. 그러자 손 고문은 “단결하자면서 불합리한 경선 룰을 받아들이라고 하는 건 마치 유신 시절의 총화단결을 연상시킨다”고 맞받았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