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노려라”… 日 민주·자민 경선전
입력 2012-09-10 18:30
일본 여당인 민주당과 제1야당 자민당의 대표 및 총재 경선이 임박했다. 각각 21일과 26일 선출될 민주·자민 양당의 대표 및 총재는 차기 총리직을 사실상 예약하는 자리다.
더욱이 행정수반인 총리가 새로 선출되면 외교정책도 일부 수정될 수밖에 없어 한국 등 이웃국가들의 관심 역시 집중되고 있다.
◇자민당 후보 3파전 압축=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유력한 신임 자민당 총재 후보는 3명으로 압축됐다. 자민당은 연내 실시될 총선에서 3년만의 정권 탈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 따라서 유력 주자들로선 당 총재는 곧 차기 총리다. 이런 탓인지 당내에선 예년과 다른 물밑싸움이 벌어졌다. 파벌정치로 대표되던 정치적 관습이 통하지 않은 것이다.
이시하라 노부테루(石原伸晃·55) 간사장은 같은 파벌 다니가키 사다카즈(谷垣禎一·67) 현 총재와의 막판 단일화 협상에서 승리했다. 그는 11일 출마를 공식 발표한다. 재선을 노리던 다니가키는 세대교체 여론에 밀려 결국 10일 출마를 포기했다. 니혼TV 기자 출신인 이시하라는 보수우익계 거물인 이시하라 신타로 도쿄도지사 아들이기도 하다.
같은 파벌인 마치무라파에서도 마치무라 노부타카(町村信孝·67) 전 외무상과 아베 신조(安倍晋三·57) 전 총리 2명이 출마한다. 아베는 마치무라의 불출마 요구에도 “새로운 일본을 만들어야 한다”며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상황은 오히려 아베에게 유리하다. 최근 급부상한 하시모토 도루(橋下徹·43) 오사카 시장이 이끄는 ‘일본유신회’와의 연대 추진이 당내 지지를 얻는 데 주효했다.
이런 와중에 ‘탈파벌’을 선언하며 경선에 뛰어든 이시바 시게루(石破茂·55) 전 방위상이 초반 기선을 잡았다. 10일 아사히신문 여론조사에 따르면 1위는 23% 지지를 얻은 이시바였고, 2위는 이시하라(19%), 3위 아베(13%), 4위 다니가키(7%) 순이었다.
◇민주는 노다 재선 확실시=민주당은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55) 총리 외에 마땅한 대안이 없다. 당초 ‘40대 대망론’을 등에 업은 호소노 고시(細野豪志·41) 환경상이 급부상했으나 노다와 정책이 같다며 중도하차했다.
노다 총리가 당 대표 재선에 성공해도 향후 일정은 험난하다. 야당과의 ‘국회 해산 및 총선 실시’ 약속을 어겼다는 이유로 문책결의까지 받은 마당에 야당 협조를 받기는 어렵고, 외교 능력에도 의구심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를 의식한 듯 노다 총리는 출마회견에서 “할 일을 한 다음 신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
◇독도·과거사 대응은=자민당 총재 유력후보 중 아베 전 총리는 보수우익의 대표적 인물이다. 최근에는 전쟁 및 위안부 동원을 사죄한 ‘고노 담화’ 등의 수정을 주장했다. 2006년 관방장관 시절 일본 정부의 독도해역 수로탐사 계획을 사실상 지휘했고, 이듬해 총리 때는 야스쿠니 신사에 ‘간접참배’해 논란을 빚었다. 전쟁과 군대 보유를 금지한 헌법 9조를 수정해야 한다는 지론도 갖고 있다.
자민당 ‘영토 특명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시바 전 방위상 역시 독도 문제엔 강경하다. 이시하라 간사장도 보수계열이지만, 극렬한 우경 정치인인 아버지보다는 합리적이라는 평가다.
노다 총리 역시 재선에 이어 차기 총리가 돼도 독도·과거사 문제에 대한 정치적 스탠스를 바꾸긴 힘들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따라서 현재로선 유력 후보군 중 누가 차기 총리가 되더라도 한국과 과거사 갈등을 빚을 가능성은 상존한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