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꿈 멀어졌는데 국가장학생 됐어요”… 월드비전 ‘빈곤층 교육사업’ 스리랑카 비빌리 현장

입력 2012-09-10 21:25


스리랑카 수도 콜롬보에서 중북부 쪽으로 224㎞ 정도 떨어진 비빌리. 우리나라의 읍 정도 되는 규모인 이곳 카눌왈라 마을에 사는 6학년생 아다파(11·여)는 5학년을 대상으로 시행한 전국 장학금 시험에서 200점 만점에 장학생 선정 기준인 140점을 웃도는 170점을 맞아 정부 장학생으로 선정됐다. 아다파는 콜롬보의 상급학교에 지원할 자격과 매달 4달러씩 정부에서 지원하는 학습지원금을 대학 입학 전까지 받게 됐다. 하지만 아다파는 이곳에서 계속 공부하기로 했다. 오랫동안 떨어져 있던 엄마와 지내고 싶기 때문이다. 그의 꿈은 의사가 돼 이곳 주민들을 돌보는 것이다.

아다파가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진 건 얼마 되지 않았다. 어릴 때 아빠가 지병으로 숨지면서 어려움이 시작됐다. 조부모와 살던 그는 유년시절 엄마를 거의 보지 못했다. 가장이 된 엄마는 아다파와 그의 오빠를 할머니에게 맡기고 중동에 돈을 벌러 나갔다.

어려운 집안사정에도 아다파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던 건 도움의 손길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아다파는 “보충교실에서 좋은 선생님을 만나 장학시험 준비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면서 “후원자가 매달 학용품을 지원해 공부하는 데도 어려움이 없었다”며 고마워했다.

스리랑카 동남부 내륙에 위치한 비빌리는 스리랑카에서도 가장 가난한 지역이다. 월드비전 스리랑카의 조사에 따르면 4만2260명의 지역주민 가운데 35.4%는 극빈층에 속한다.

어려운 경제적 여건에도 비빌리 마을의 희망은 자녀교육이다. 주민들은 2008년 지역조사차 방문한 월드비전 스리랑카 직원에게 교육사업을 우선적으로 진행해 줄 것을 요청했다. 월드비전 스리랑카 노엘 비빌리 사업팀장은 “경제문제를 해결하는 일이 시급하지만 자녀교육 또한 이들에겐 중요한 과제”라며 “교육사업은 시설이 부족해 유치원에 진학하지 못하거나 가정환경으로 학교를 중퇴한 아이가 정규 교육과정을 이수토록 역점을 두는 한편, 주요 과목 보충수업으로 지역의 학업성취도와 상급학교 진학률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 사업의 일환으로 청소년의 사회적 진출을 돕는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한다. 아동클럽과 직업체험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아동클럽은 10∼15세 청소년들이 모여 지역 현안을 토론하거나 전통춤 수업, 독거노인 봉사 등의 활동을 한다. 비슈아 아동클럽의 우다리(15·여)는 “이곳에서 전통춤을 배우는 선배와 친구를 만나 지역 대회에서 27개팀 중 1위를 했다”며 “앞으로 열심히 연습해 아이들에게 전통춤을 가르치는 무용교사가 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직업훈련 프로그램으로 취업 기회를 잡은 경우도 있다. 고등학생인 로샨(20)과 다난자야(17)는 비빌리 지역대표로 월드비전 스리랑카 본부에서 일주일간 직업훈련 프로그램에 참여한 뒤 각각 공영방송사와 전국 일간지 인턴으로 채용됐다. 로샨은 “SBC(Srilanka Broadcasting Corporation)에서 인턴으로 선발돼 뉴스를 진행할 기회가 생겼다”며 “보통 대학 전공자만 인턴을 할 수 있는데 이런 기회가 온 것은 엄청난 행운”이라고 말했다. 다난자야는 디바이나(Divayina) 신문에서 지역 주재 인턴기자로 6개월간 활동 이후 성과에 따라 채용 여부가 결정된다. 그는 “신문사에서 일하는 것은 내겐 꿈조차 꿀 수 없었는데 여기서 교육을 받고 나서는 잡을 수 있는 꿈이 됐다”고 말했다.

비빌리(스리랑카)=글·사진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