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지마비 중증장애 성낙후씨 붓 입에 물고 그린 ‘해금강 우령바위’ 근로자 미술제서 은상 수상

입력 2012-09-10 19:06


“그림 그릴 때는 통증을 잊어버려요. 빠져드니까….”

제33회 근로자 미술제에서 ‘해금강 우령바위’(사진)로 은상을 수상한 성낙후(58)씨에게 그림은 자신이 살아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였다. 그는 1985년 공사장에 가스 안전점검을 나갔다 트럭에 치여 5m 아래로 추락, 사지가 마비돼 장해1급 판정을 받은 중증장애인이다.

실의에 빠진 그에게 인생의 전환점이 찾아온 것은 8년 전 충북의 한 복지관에서 그림을 추천하면서부터. 처음에는 별 생각 없이 시작했지만 지금은 매일 1시간가량 붓을 입에 물거나 손에 묶은 채 그림을 그리며 삶에 대한 의지를 다진다.

성씨가 그린 해금강 우령바위는 금강산에 가고 싶은 마음을 표현한 것이다. 10년 전 속초에서 쾌속선을 타고 금강산에 가보려 했지만 장애인 시설이 없다는 이유로 가지 못했다. 대신 지인이 찍어온 사진을 보며 2년 동안 심혈을 기울여 그림을 그렸다.

성씨의 꿈은 전시회를 여는 것이다. 그는 “제 그림이 장애인이나 어려운 사람들에게 희망이 됐으면 좋겠다”면서 “지금까지는 저를 위한 도전이었지만 앞으로는 더 많은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다”고 말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