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롤스톤 소울 국제펜 회장 “우리 회원들은 표현의 자유 수호자”
입력 2012-09-10 21:35
“국제펜(PEN)은 풀뿌리단체입니다. 회원들이 가장 튼튼한 뿌리인 문학을 창작하기 때문에 풀과 같은 강인한 생명력으로 우리 단체가 성장하고 생존해 나간다는 의미에서죠. 국제펜이 1921년 설립된 후 90년이 지난 지금 우리가 표현의 자유 첨단에 더욱 가까이 있다면 그것은 우리가 모든 정치·종교·경제적 이념과 특히 커뮤니케이션 기술 발전을 이겨내고 살아남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10일 개막한 제78차 국제펜대회의 존 롤스톤 소울(65) 국제펜 회장은 경북 경주 현대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에서 펜대회가 치러진 1988년 총회는 표현의 자유를 향한 한국의 국가적 변화가 극에 달했던 시기로, 국제펜도 그런 한국의 변화에 일조했다”고 말했다.
그는 “문학을 창작하기 때문에 우리 회원들은 ‘표현의 자유’의 수호자”라며 “사람들이 우리의 표현에 귀를 기울이는 이유는 우리의 독립성 때문으로, 그 독립성은 가장 지독한 독재와 가장 복잡다단한 상황에 맞설 수 있는 힘을 늘 얻어냈다”고 말했다. 그는 “국제펜에 관한 한 가지 근본적인 진실은 우리의 힘이 정치를 뛰어넘는 우리의 존재에서 나온다는 것”이라며 “우리는 정치의 위뿐 아니라 아래와 그 주변에도 존재하는데 그것은 우리가 고유한 우리 자신을 표현하기 때문”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또 국제펜을 ‘가상의 민족국가(virtual nation-state)’라고 설명하면서 “우리가 가진 것은 언어뿐인데 이 언어가 군대나 정부보다 강력한 것이 아니라면 전 세계적으로 왜 850명의 동료가 감옥에 앉아 있겠는가. 모든 것보다 강한 힘을 갖는 것이 바로 언어”라고 말했다.
‘문학, 미디어 그리고 인권’이라는 이번 대회 주제와 관련, 그는 “지금의 디지털 세계는 문학이 대중에게 전달되는 방식과 표현의 자유가 발휘되는 방식을 좌우한다”고 전제하고 “우리는 이런 디지털 세계의 윤리적 기준을 찾으려고 노력할 것이고, 토론이 끝나면 디지털 기술의 오용을 막기 위한 ‘디지털 선언(Digital Declaration)’이 발표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디지털 기술이 타인에 대한 강도 높은 비방에 사용되고 있는 점을 감안해 언어 사용의 책임을 강조하는 내용의 ‘경주 선언’을 채택한다는 것이다. 소울 회장은 “1년간 전문가들과 논의한 끝에 선언 초안을 마련했고 총회에서 가결되면 이 선언문은 역사적 성격을 가질 것”이라며 “경주 선언이 통과되면 경주라는 이름이 오랫동안 표현의 자유와 긴밀하게 연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소울 회장은 1994년 경주 양동마을을 둘러보고, 한국의 미와 양동마을의 조선 중기 학자 이언적(李彦迪·1491∼1553) 고택에 대한 감상을 적은 철학 에세이 ‘무의식적 문명’을 발간, 캐나다 총독상 논픽션부문을 수상했다. 이 저서는 20개 언어로 번역돼 한국의 문화를 세계적으로 알렸다. 소울 회장은 2010년 8월 방한했을 때 양동마을에 들렀다가 경주시에 차기 국제 펜대회를 개최할 것을 직접 제의했고, 그 결실이 이번 대회 개최로 이어졌다.
경주=정철훈 문학전문기자 c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