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갑 “고향 품으로 갑니다”… 사실상 정계 은퇴 선언

입력 2012-09-10 19:00


통합진보당 강기갑 대표가 10일 대표직 사퇴와 탈당을 선언했다. 신당권파 의원들도 이번주 릴레이 탈당을 예고하고 있어 통합진보당은 와해 단계에 들어섰다.

강 대표는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퇴 의사를 밝히며 “저의 건강(단식)을 제물로 삼아 분당을 막기 위한 마지막 기적을 희망했다. 혼신의 힘을 다했지만 모든 게 허사가 되고 말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당원 동지들과 함께했던 행복한 날을 기억하며 이제 민주노동당에서 이어져 온 통합진보당 당적을 내려놓겠다”면서 “저는 이제 흙과 가족이 간절히 기다리고 있는 고향의 품으로 돌아간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신당 창당에도 동참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진보의 분열을 막지 못한 총체적 책임자는 그 누구도 아닌 혁신비대위원장과 당 대표를 지낸 저 자신”이라며 “저는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야 하고 동지들이 가는 길에 함께하지 못한다”고 했다. 강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목이 멘 듯 몇 차례 말을 멈췄고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수척해진 모습으로 사죄의 큰절도 했다. 강 대표의 선언은 사실상 ‘정계 은퇴’ 의사를 밝힌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이정미 대변인은 “고향에 내려가 몸과 마음을 추스르며 진보 정치에 대해 고민하겠다는 의미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강 대표가 탈당하면서 신당권파 의원들과 각 계파의 탈당 흐름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강동원 노회찬 심상정 의원 등 지역구 의원 3명도 조만간 탈당해 이미 무소속이 된 박원석 정진후 서기호 김제남 의원 등 비례대표 의원 4명과 함께 새 진보정당 창당에 나설 계획이다.

국민참여당계 당원 3000명은 이르면 11일 탈당계를 제출할 계획이다. 인천연합, 통합연대 등 다른 계파는 집단 탈당보다 지역별로 개별 탈당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구당권파는 신당권파를 비난하며 탈당 저지에 나섰다. 이정희 전 공동대표는 CBS 라디오에 나와 “원래 비례대표 의원들이 탈당하면 의원직을 잃는 것”이라며 “당을 나가겠다고 하면 당을 살릴 분들이 그 자리를 받아서 일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탈당하려면 의원직을 내놓고 나가라는 주장이다. 그는 대선 출마와 관련해 “당을 살리는 게 우선이고 이를 위해선 무엇이든 논의해야 한다”며 출마를 재차 시사했다.

구당권파는 자체적으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민병렬 최고위원을 당 대표 직무대행으로 의결했다. 또 이상규 의원을 대변인으로 선임하는 등 당직 장악에 나섰으며 오는 16일 임시 당 대회를 열기로 했다. 구당권파는 지난 7일 열린 ‘셀프 제명 의총’에 대해 무효확인 본안 소송과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