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서 하룻밤’ 꿈꾼다면 건강 챙겨라

입력 2012-09-10 17:52


“이번 여름휴가는 화성으로 갈 거야. 달이 좋다는 사람도 있지만 화성 정도는 가야 우주여행이라고 할 수 있지. 우주왕복선을 타고 갈 건데 화성으로 가는 길에 우주정거장에 들러 하룻밤 잘 예정이야.”

멀지 않은 미래에 여름휴가 계획에 대해 이런 대화를 나눌 날이 올 것이다. 이미 1990년 일반인 신분의 우주 여행자가 탄생했고 2004년에는 최초의 민간 우주선 스페이스십원(SpaceShipOne)이 처음으로 우주비행에 성공했다. 2008년에는 대한민국 최초의 우주인 이소연씨가 우주정거장에 머물며 생활하는 모습이 공개됐다. 아직까지 일반인에게 우주여행이 보편화되지 않았지만 미래의 여름휴가는 우주에서의 하룻밤도 가능할 전망이다.

그러나 우주로 가기 위해서는 6만3000피트(ft) 이상의 대기를 뚫고 나가야 하고 그 과정에서 6G(gravity·중력) 이상의 압력을 견뎌야 한다. 우리가 일상에서 받는 압력이 1G인 것을 감안하면 우주로 날아가는 과정에서 겪는 압력은 상상 이상이다. 과연 우주여행이 우리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우선 우주 공간은 무중력 상태다. 지속적으로 무중력에 노출되면 골밀도를 유지하기 어려워 뼈에 이상이 생길 수 있다. 평소 1기압에서는 체중과 중력이 적절히 자극을 줘 뼈의 골밀도를 유지할 수 있지만 무중력 상태에서는 이런 자극이 사라져 칼슘이 소변으로 배출된다. 물론 지상으로 돌아오면 회복되지만 골다공증 환자라면 뼈의 소실까지 올 수 있다.

강호형 공군항공우주의료원 원장(내과 전문의)은 “우주에서는 기압이 사라져 얼굴이 부풀어 오르거나 심장의 펌프질을 방해해 뇌의 혈류가 증가하기도 한다”며 “뼈의 골밀도가 낮아지는 것 외에도 몸의 저항이 사라져 근육이 위축되기 때문에 우주상에서도 적절한 운동을 해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심장은 무중력에 노출되면 많은 변화를 보인다. 인간의 뇌는 무중력에 노출되면 체액이 머리로 이동해 다리로 가는 혈류량이 약해지고 총 체액량이 증가한 것으로 인식한다. 이럴 경우 얼굴이 붓고 눈이 충혈 되거나 심박수가 증가하는 부정맥을 보일 수 있다. 지상으로 귀환하면 다리로 체액이 다시 이동해 뇌로 가는 혈액이 부족해지는 기립성 저혈압이 발생해 심혈관계 질환이 있는 사람은 자칫 위험할 수 있다. 또한 혈류장애, 심장근육 질환, 부정맥이 있다면 우주여행이 위험할 수도 있다.

몸의 변화는 우주상에서 뿐만 아니라 우주로 발사되는 과정에서도 중이통과 청색증, 감압증 등의 증상을 보일 수 있다. 지상으로 돌아오면 회복되지만 우주여행자는 우주로 떠나기 전 의학적 가이드라인에 따른 정밀검사와 우주 적응 훈련을 거쳐야 한다. 또한 사회적으로 격리돼 좁은 우주선 안에서 생활해야 하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안정된 상태여야 하며 응급상황에 대비해 기본적인 응급처치도 배워야 한다.

우주인 이소연 박사도 “모든 훈련과 테스트를 거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다”고 말할 정도로 우주여행자, 우주인이 되는 과정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우주호텔에 머물면서 어둠 속 수많은 별과 푸른 지구의 모습을 감상하고 하루 15번에 달하는 일출과 일몰을 볼 수 있는 하룻밤이 주어진다면 선택은 달라질 수 있다. 태양계의 행성을 둘러보고 우주를 자유롭게 유영하는 우주여행을 꿈꾼다면 지금부터라도 건강관리에 힘써야 한다.

김성지 쿠키건강 기자 ohappy@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