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로 20∼30대 남성들에게 디스크 같은 요통 지속

입력 2012-09-10 17:24


#30대 중반의 김성현(가명)씨는 오랫동안 허리 통증에 시달리다 대학병원 정형외과를 찾았다. 디스크 진단을 받고 물리치료와 약물치료를 꾸준히 받았지만 통증은 계속됐다. 그러다 담당 의사의 휴진으로 다른 의사에게 진찰을 받았다가 강직성척추염 검사를 권유받았다. 검사 결과 이미 골반에 염증이 많이 생긴 상태였다. 이후 주사와 약물치료를 받은 끝에 염증이 더 이상 퍼지지 않으면서 통증이 완화됐다.

#20대 초반의 대학생 최진성(가명)씨. 갑자기 통증과 함께 한쪽 눈에 강한 빛이 들어오면서 앞이 보이지 않았다. 병원을 찾은 결과, 포도막염과 함께 강직성척추염 진단을 받았다.

최근 척추 문제로 병원을 찾는 20∼30대가 늘고 있고 내원자 중 상당수가 강직성척추염 진단을 받고 있다.

강직성척추염은 엉덩이 위쪽에 있는 천장관절과 척추관절의 인대나 힘줄에 염증이 생겨 뻣뻣하게 굳는 만성염증성 질환이다. 방치할 경우 척추의 뼈와 뼈가 서로 붙으면서 몸을 앞이나 옆으로 구부리거나 뒤쪽으로 젖히는 동작이 어려워진다. 각직성척추염을 ‘대나무 척추’라고 부르기도 하는 이유다.

병명은 낯설지만 발병률은 낮지 않다. 류마티스내과 전문가들은 국내의 경우 1000명 중 2명꼴로 강직성척추염을 앓고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강직성척추염 초기에는 흔히 통증이 허리 아래쪽이나 엉덩이 부위에서 천천히 시작되며 아침에 일어날 때 뻣뻣한 증상이 나타난다. 이 증상이 수개월 지속되면 증상이 악화돼 새벽에 통증으로 잠에서 깨는 경우도 흔하다. 또 환자의 30% 정도는 포도막에 염증이 생겨 시력이 떨어지거나 빛 번짐을 호소하기도 한다. 하지만 강직성척추염은 증상이 나타난 뒤 5∼20년 뒤 우연히 진단을 받는 경우가 많다.

이상헌 건국대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디스크와 증상이 비슷한 데다 서서히 병이 진행되고 아침에 증상이 있다가도 활동하면 통증이 완화되기 때문에 환자들이 병을 잘 인식하지 못한다”며 “특별한 이유나 외상없이 젊은 사람에게 요통이 생겼다면 강직성척추염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현재까지 원인으로 확실히 알려진 것은 없지만 유전자 HLA-B27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강직성척추염 환자 중 90∼95%가 이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성비의 차이도 있다. 남성과 여성의 비율이 7:3 정도로 남성이 2.5배 정도 더 잘 걸린다.

강직성척추염을 애초에 예방하기는 어렵지만 조기에 진단하고 치료하기 시작하면 척추의 변형과 강직을 막을 수 있다.

약물치료는 비스테로이드 소염제가 일차적으로 사용된다. 그러다 반응이 없고 증상이 지속될 때는 주사를 이용해 TNF-알파 억제제를 투여한다. TNF-알파 억제제는 병의 원인이 되는 TNF-알파의 작용을 차단해 염증을 치료하기 때문에 통증이 빠르게 호전된다. 강직성척추염의 치료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약물치료와 함께 운동을 반드시 병행하는 것이 좋다.

이상헌 교수는 “강직성척추염은 면역력이 약할 때 많이 발병한다”며 “금연은 물론 술을 줄이고 꾸준한 운동과 수면을 통해 평소 건강관리에 힘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영수 쿠키건강 기자 juny@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