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루 게리슨 美 워싱턴대 약학부 교수 “위험분담제도, 환자 신약 접근성 높여”

입력 2012-09-10 17:20


정부는 최근 수년간 건강보험재정 안정과 환자의 의약품접근성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보험약가 정책 패러다임에 큰 변화를 추진해 왔다. 의약품선별등재를 시작으로 약제비 적정화를 통한 보험의약품의 거품을 제거하면서 희귀질환과 암 등 중증질환에 대한 신약의 보험약가 승인으로 보장성도 확대했다. 한정된 보험재정 안에서 희귀질환 치료 신약의 환자 접근성을 높이는 ‘위험분담제도’ 시범사업도 그 중 하나다. 이와 관련, 최근 위험분담제도 전문가인 루 게리슨(Lou Garrison) 미국 워싱턴대학 약학부 교수가 방한해 ‘위험분담 계약의 이론 및 해외 사례’를 주제로 강의를 진행했다. 루 게리슨 교수를 만나 국내 보험정책과 산업 환경에 위험분담제도를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들어봤다.

-위험분담제도는 어떤 제도이고 성공적인 제도 정착을 위한 방법은?

위험분담제도는 성과기반 지불제와 재정기반 지불제 두 가지로 구분된다. 먼저 성과기반(Performance-Based) 지불제는 의약품에 대한 시판 후 근거를 토대로 한다. 실제 그 약이 환자에게 어떤 효과를 내고 있는지에 대한 데이터 수집을 요구한다. 반면 재정기반(Financial-based) 지불제는 전체적인 의약품 사용량을 근거로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제도가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제도를 마련하기 위한 명확한 단계’에 대한 정의, 제도의 투명성, 이해 당사자인 정부와 제약사의 적극적 참여가 중요하다. 성공적인 접근방법은 재정을 기반으로 제도를 만들고, 성과를 기반으로 제도 확장을 추진하는 것이다.

-위험분담제도가 정부, 기업, 환자들에게 주는 혜택은?

환자의 입장에서는 혁신적인 신약에 대한 접근성을 보장받을 수 있고, 제약사는 평균 수십억 달러의 개발비가 투자되는 신약에 대한 공급권을 가질 수 있다. 정부는 ‘공공보건의 증진’을 위해 환자에게 신약 공급 기회를 제공, 한정된 재원에 대한 위험 부담을 감소할 수 있는 정책적 대안이 될 수 있다. 실제 워싱턴대학교 연구에 따르면 지난 15년 동안 실시한 성과 기반 위험분담제도를 활용한 121건의 사례를 분석한 결과 환자들의 신약 접근성을 크게 높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에서도 위험분담제도에 대한 관심이 높다. 정부가 어떤 점을 고려해야 하나?

전 세계가 공통적으로 같은 의약품을 사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고, 서로의 임상경험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대만의 경우 정부가 나서 외국의 사례를 검토하며 ‘우리에게 가장 좋은 것은 무엇일까’ 고민했다. 한국의 경우 재정기반 뿐만 아니라 성과기반 제도 두 가지를 모두 탐색하고 살펴야 한다. 다만 성과기반 위험분담제도의 경우 더 많은 투자가 요구될 수 있다. 특히 전자의무기록 시스템을 확립하고 데이터를 수집하는 데 보안성을 강화하는 것도 고려해야 할 요소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환자의 의약품 접근성 강화 측면에서 볼 때 위험분담제도는 긍정적인 하나의 도구다. 하지만 국가마다 처해 있는 상황과 환경에 맞게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한국의 경우 전국민 건강보험이라는 제도의 장점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의약품경제성평가에서 가장 중요한 지표인 ‘질보정수명(QALY, Quality-Adjusted Life Year)’의 경우 영국 정부는 1 QALY에 대해 2∼3만 파운드까지 지불 의지가 있다고 한다. 한국 정부도 ‘1 QALY에 어느 정도까지 지불의지를 가져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통해 환자의 의약품접근성 강화와 보건의료환경 개선을 위한 고민을 끊임없이 추구해야 한다.

장윤형 쿠키건강 기자 vitamin@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