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헌법재판소 ‘ESM 판결’ 시선집중

입력 2012-09-09 20:24

대분열의 시작인가, 위기의 끝인가.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이 요란하다. 유럽중앙은행(ECB)에 무제한의 채권 매입 권한을 부여한 지난 7일(현지시간)의 결정 때문이다.

독일 카를스루에 헌법재판소 앞에는 8일 700여명이 모여 유럽연합(EU)을 비난하는 시위를 벌였다. 12일 예정된 유로화안정기구(ESM) 설립의 위헌 여부 판결을 앞둔 시위였다. ESM이 국가의 재정권을 침해한다며 반대했지만, 결국 그리스 스페인 이탈리아 같은 ‘부실 국가’의 부채를 독일이 떠안게 될 것이라는 불안이 더 크다. 같은 시각 그리스 테살로니키에서는 1만5000여명이 모였다. 이들은 EU 깃발을 불태우며 ECB와 국제통화기금(IMF)이 추가 구제금융을 대가로 살인적인 긴축재정을 요구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돈을 빌려주는 쪽도 받는 쪽도 모두가 불만과 불안으로 가득하다.

ESM이 설립되면 스페인 그리스와 함께 손을 내밀어야 할 처지인 이탈리아의 마리오 몬티 총리는 “유로존이 (채무국가인) 남쪽과 (채권국가인) 북쪽을 가르는 민족주의적 편견과 반(反)유럽 포퓰리즘으로 분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의 채무국가 국민은 채권기관들이 위기를 이용해 무지막지한 이익을 취하려 한다고 주장하고, 채권국가에서는 채무국 국민들이 도덕적 해이에 빠져 있다고 보는 시각이 만연하다.

그는 “이 문제를 논의할 EU 정상회의를 로마에서 개최하자”고 제안했다.

EU 집행위도 대체로 몬티가 제안한 정상회의에 동의했다. 헤르만 판롬푀이 상임의장은 “몬티의 아이디어에 동의한다”며 “2014년 후반기로 예정된 유럽 통합 가속화 계획을 앞당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U경제위원회 미셀 바르니에 위원장은 독일이 아직 찬성하지 않고 있는 유로존 은행 감독기구의 도입을 내년 1월까지 시행해야 한다고 언론에 밝혔다.

유로존 지도자들은 이렇게 다급하게 재촉하고 있지만, 유로존의 위기를 잠재우기엔 부족해 보인다. 채권국가와 채무국가가 한 배에 타고 있는 유로존의 상황이 위기와 불안의 근본 원인이기 때문이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열쇠는 독일이 쥐고 있다. 세계적인 투자자 조지 소로스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독일이 유로존의 약한 국가를 도와 부채의 늪에서 빠져나오게 해야 한다”며 “그럴 생각이 없다면 독일은 유로존을 떠나라”고 말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