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악재성 미공개정보 이용자 27명 적발

입력 2012-09-09 19:44


반도체 제조기기를 만드는 상장업체 G사는 2010년 8월 비상장업체에 경영권을 넘겨주는 내용의 합병을 협의하면서 주식 수를 10분의 1로 줄이기로 했다. 최대주주 겸 대표이사 A씨가 “재무구조를 개선하겠다”며 직접 내린 결정이었다. 그는 회사 돈을 빼돌린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었다.

A씨는 감자(減資) 정보가 일반 투자자에게 알려지기 직전 자신이 가진 주식을 대거 팔아치웠다. 아무도 모르도록 직원 명의의 차명계좌를 이용했다. 감자 공시가 나간 뒤 G사 주가는 폭락했지만 A씨는 약 3억5900만원의 손실을 피했다. 아무것도 모르고 주식을 샀던 일반 투자자만 쪽박을 찼다.

금융감독원은 자본시장 불공정 거래 혐의로 A씨를 검찰에 고발하는 등 올해 상반기에 악재성 미공개정보 이용자 27명의 신병을 검찰에 넘겼다고 9일 밝혔다.

금감원에 따르면 2010년 1월부터 지난 6월까지 최근 2년 반 동안 같은 혐의로 적발된 162명 가운데 검찰에 고발·통보된 사람은 148명이다. 이 가운데 34명이 최대주주였다. 임직원은 58명으로 대부분 경영진이었다. 부실 경영의 장본인들이 회사 사정이 나빠지자 재빨리 주식을 팔아 수억∼수십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모면한 것이다. ‘개미’(개인 투자자)를 울리는 얌체 주주인 것이다.

이들이 불법으로 이용한 악재성 정보는 감자 결정이 24건으로 전체 92개 사건 중 가장 많았다. 이어 감사의견 거절과 경영실적 악화가 각각 15건이었다. 이 밖에 유동성 위기(자금난), 자본잠식, 횡령사건 발생 같은 정보를 미리 알고 손실 회피에 이용한 사례도 꾸준히 발생했다.

광업자원서비스업체 회장 B씨는 감사 정보를 악용한 경우다. 해당 업체는 2010년 3월 외부 회계법인 기말감사에서 감사의견 거절 통보를 받았다. 회계장부상 문제가 심각해 회계법인이 감사를 포기한 것이다. 회계법인의 시정 요구를 거부한 B씨는 해당 사실이 알려지기 전에 자사 주식 약 5000만주를 내다팔았다. 얼마 후 회사는 상장이 폐지됐지만 B씨는 13억4600만원을 건졌다.

최근 2년 반 동안 악재성 미공개정보 이용 사건이 발생한 기업 79곳 중 46곳(58.2%)이 정보 공개 후 2년 안에 상장폐지를 당했다. 이 중 28곳은 악재성 정보가 알려지고 6개월 안에 상장폐지가 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악재성 정보 대부분이 기업의 사활을 결정하는 정보”라며 “최근 경제 여건이 악화되면서 악재성 미공개 정보를 이용하는 경우가 더 늘고 있다”고 말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