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기 국고채 금리 사상 첫 기준금리 아래로
입력 2012-09-09 19:41
시중자금이 국고채에 몰리면서 장기금리(기간 1년 이상의 금리)가 단기금리(기준금리)보다 낮아지는 금리 역전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사상 처음으로 기준금리 아래로 떨어지기도 했다. 장기금리는 일반적으로 단기금리보다 높은 수준에서 형성된다.
시장에서는 장·단기금리의 역전을 놓고 자금 쏠림에 따른 일시적 현상인지, 우리 경제의 저성장 진입을 보여주는 신호인지 해석이 분분하다.
9일 금융투자협회와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지난 5일 2.98%로 거래를 마쳐 사상 처음으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3%)를 밑돌았다. 6일에도 전일대비 0.01% 포인트 올랐지만 2.99%에 그쳤다.
그나마 7일 유럽중앙은행(ECB)의 무제한 국채매입 방침에 따라 위험자산 선호현상이 강해지면서 금리가 전일 대비 0.07% 포인트 올라 3.06%로 마감했다. 기준금리는 7일이 만기인 환매조건부증권(RP·금융회사가 일정 기간 뒤에 다시 사는 조건으로 파는 채권)을 매매할 때 기준이 되는 정책금리다.
채권시장의 지표물인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지난 7월 6일 기준금리보다 낮아진 뒤로 2개월이 넘도록 2%대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5년 만기 국고채 금리도 지난달 23일 2.98%로 내려앉은 뒤 기준금리보다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금리 역전의 원인으로 안전자산 선호현상에 따른 수요 급증을 꼽는다. SK증권 염상훈 연구원은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와 피치가 잇달아 국가 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하자 외국인의 장기 국고채 투자 수요가 강하다”고 했다.
또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까지 기준금리보다 낮아진 것은 우리 경제가 저성장 국면에 들어섰음을 보여주는 신호탄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장기간 저성장을 이어가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우려가 낮아져 미래에 채권 투자자가 받을 수 있는 이익(채권 액면가와 매 기간 받는 쿠폰금리)이 늘어난다.
이에 따라 만기가 긴 채권의 수요가 늘어 채권 가치가 상승(채권 거래 금리 하락)하는 것이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