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구원의 메시지, 세계를 사로잡다… 김기덕 감독 ‘피에타’,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
입력 2012-09-09 21:47
세계 3대 영화제서 첫 최고상 수상
김기덕 감독의 영화 ‘피에타’가 베니스를 뒤흔들었다.
‘피에타’는 8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열린 제69회 베니스국제영화제 시상식에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 한국영화가 세계 3대 영화제(베니스·프랑스 칸·독일 베를린)에서 최고상을 받은 것은 처음이다. 베니스영화제는 1932년 시작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영화제다.
이 영화는 종교적 구원이라는 메시지를 전면에 드러낸 점이 수상 동력으로 보인다. 미켈란젤로의 모자(母子)상에서 이름을 딴 이 영화는 잔혹한 장면으로 시작하지만 결국 인간 존재의 구원 가능성을 처절하게 아름다운 장면으로 표현했다.
1961년 강대진 감독의 ‘마부’가 베를린영화제에서 특별은곰상을 받으며 한국영화를 세계에 알린 뒤 51년 만에 ‘피에타’로 한국영화가 세계 정상에 우뚝 서게 됐다.
‘피에타’는 경쟁 부문에 초청된 폴 토머스 앤더슨 미국 감독의 ‘더 마스터’ 등 18개 작품 가운데 황금사자상에 선정됐다. 앞서 ‘피에타’는 현지 언론 시사회에서 이례적으로 10여분간 기립박수를 받았으며 외신으로부터 호평을 받는 등 강력한 후보로 꼽혔다.
황금사자상을 받은 김 감독은 이날 시상대에 올라 “이 상은 나에게 주는 것이 아니라 한국영화계에 주는 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민요 ‘아리랑’을 불러 기립박수를 받았다. 그는 ‘아리랑’을 부른 것에 대해 “가장 한국적인 것을 수상소감 대신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피에타’는 황금사자상 외에 ‘젊은 비평가상’ ‘골든 마우스상’ ‘나자레노 타데이상’까지 받으며 비공식 상으로도 3관왕을 차지했다. 1996년 영화 ‘악어’로 데뷔한 김 감독은 2004년 ‘사마리아’로 베를린영화제 은곰상(감독상), 같은 해 ‘빈집’으로 베니스영화제 은사자장(감독상), 2011년 ‘아리랑’으로 칸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상을 받았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