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대선 D-100] 공약도 없고 상대도 모른다…베일속 ‘이상한 선거’

입력 2012-09-10 00:28


18대 대통령 선거가 100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대선 정국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야당 후보는 선출되지도 않았고, 여당 후보는 구체적인 공약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다 가장 유력한 야권 후보로 꼽히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출마 여부를 밝히지 않은 채 장외에 머물고 있다.

결선투표를 하면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는 오는 23일이 돼야 결정된다. 안 원장이 출마선언을 하고 민주당 후보와 단일화를 추진할 경우 범야권 후보 확정은 10월 이후로 늦춰질 전망이다. 역대 대선을 보면 후보를 먼저 확정한 측이 대권을 거머쥐었다.

지난달 20일 선출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핵심 공약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 야당 후보를 봐가면서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여야 후보들이 공약을 미리 제시해야 국민들이 충분한 시간을 갖고 정책과 비전, 인물됨을 판단해 지지 후보를 결정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정당의 전략적 판단과 지연전술로 인해 국민의 알권리가 제약받고 있다는 것이다.

기형적인 대선 정국에서 정치권의 관심은 온통 야권 단일화에 쏠려 있는 형국이다. 민주당은 자체 경선이 진행 중인데도 안 원장과의 단일화에 공을 들이고 있고, 새누리당은 ‘불출마 협박’ 논란으로 안 원장 측과 공방을 벌이고 있다. 배경에는 야권은 단일화 실패로 3자구도가 될 경우 필패한다는 우려가, 여당에는 양자구도가 되면 질 수 있다는 인식이 각각 자리 잡고 있다. 아직은 가변적이지만 결국 2002년 대선 때처럼 보수진영 대(對) 진보진영의 1대 1 구도로 수렴될 가능성이 높다.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가 전국의 19세 이상 성인 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6~7일 유무선 전화조사를 실시해 9일 공개한 결과에 따르면 양자대결에서 박 후보와 안 원장은 각각 46.3%와 44.3%의 지지율을 기록,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남은 100일 동안 예상치 못한 변수들로 판세는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안 원장 출마가 분수령이다. 출마가 결정되면 야권 단일화가 최대 변수로 떠오르고, 새누리당 검증 공세는 한층 강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 과정에서 한쪽이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 특히 40대가 ‘캐스팅 보트’를 쥘 가능성이 높다. 유권자 수가 가장 많은 이 세대는 노후대비와 자녀교육 등 각종 사회문제에 직면해 있어 차기 대통령이 누가 될지에 관심이 많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박근혜의 카리스마와 안철수 판타지 이미지 속에 숨겨져 있는 함의를 40대가 어떻게 이해하느냐에 대선 승부가 달려 있다”고 말했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