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스 ‘황금사자상’ 김기덕 감독 서면 인터뷰… “피에타 현지반응 좋아 수상 기대했다”
입력 2012-09-09 18:56
제69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피에타’로 황금사자상을 받은 김기덕(52) 감독은 수상 직후인 9일 새벽(현지시간) “영화에 대한 현지 반응이 워낙 좋았다”며 “솔직히 수상을 기대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않는 그는 영화 홍보사를 통한 한국 언론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처음으로 영화가 공식 상영된 이래 내가 몸소 느낄 수 있을 정도로 ‘피에타’에 대한 관객과 평단의 뜨거운 관심과 애정이 상당했다”고 말했다.
그는 ‘피에타’가 황금사자상을 받을 수 있었던 요인으로 “심사위원들의 평대로 영화는 폭력성과 잔인함으로 시작하지만 마지막에 다다르면서 인간 내면의 용서와 구원으로 마음을 정화시키는 데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수상 기분은.
“매우 기분이 좋다. 이 황금사자상은 나에게 주는 것이 아니라 한국 영화계에 주는 상이라고 생각하겠다.”
-현지 반응으로 황금사자상을 예상하지는 않았나.
“황금사자상이 얼마나 중요한 상인지 알기에 내심 ‘받을 수 있다면 정말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할 것이다’라고 생각은 한 적 있다. 베니스에 있는 현지 이탈리아 팬들이 ‘황금사자상의 진정한 주인공은 피에타’라는 이야기를 많이 해주셔서 솔직히 기대를 했던 부분이 있었다.”
-세계 유력지에서 이번 영화제 영광의 주역은 한국의 ‘피에타’나 미국의 ‘더 마스터’(감독 폴 토머스 앤더슨)가 될 것이라 예견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앤더슨 감독은 미국을 대표하는 감독이다. 그의 전작 ‘매그놀리아’ ‘데어 윌 비 블러드’ 등이 인간 내면에 대한 주제로 많은 영화제에서 수상했기에 그와의 경쟁은 매우 영광스러웠다.”
-영화제 집행위원장인 알베르토 바르베라는 12년 전 김 감독의 ‘섬’을 세계에 처음 소개한 인물이다. 특별히 그가 황금사자상 수상 전이나 수상 후 전한 말이 있는가.
“사실 ‘피에타’가 베니스영화제에 입성하게 된 가장 큰 요인 중 하나가 나를 발굴해 준 바르베라 집행위원장과 마이클 만 심사위원장이다. 영화가 주는 메시지에 크게 반했다고 영화제 기간에 전해주었으며, 객관적 입장에서도 이 메시지가 관객들의 마음을 뒤흔들 것이라며 언론과 인터뷰도 했던 것으로 안다. 특별히 수상 전에는 먼저 떠나지 말고 꼭 폐막식에 참석해주면 좋겠다고 개인적인 의사를 표시했고 수상 후에는 정말 축하한다고 전해 주었다.”
-한국에 고마운 사람이 있다면.
“수상의 영광을 이 영화에 참여해준 배우들과 스태프에게 먼저 돌리고 싶다. 그들이 있었기에 지금 이 순간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의 계획은. 남은 꿈이 있다면.
“좋은 영화로 관객들을 찾아뵙도록 하겠다. 한국에서도 ‘피에타’가 며칠 전 개봉했으니 많은 관객이 영화를 보면 좋겠다는 게 지금 현재의 가장 큰 꿈이다.”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