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대선 D-100] 安, ‘햄릿 행보’ 끝은 언제?
입력 2012-09-09 18:59
여야 ‘빅2’ 이것이 궁금하다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 후보는 잘 알려진 정치인이지만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다. ‘선거의 여왕’으로 익숙하다는 사람도 있지만 ‘대통령감’으로는 낯설다는 이들도 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신비주의에 가깝다. 정치 신인으로 선거에 한번도 나온 적이 없고 대선 무대에는 아직 오르지도 않았다. 하지만 여론조사에서 그들은 가장 유력한 대선 주자들이다. 그래서 유권자들은 더욱 궁금하다.
안철수 이 사람 정치인 맞아?
안철수라는 이름은 1년 전만 해도 컴퓨터 바이러스를 만들어 무료로 공급했던 쿨(Cool)한 사람이었다. 지난해 9월 갑자기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된 이후 대한민국에서 가장 핫(Hot)한 사람이 됐다. 그가 사회에 던진 키워드는 정의·평화·복지이고, 롤 모델은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이다.
주변에 따르면 그가 요즘 싫어하는 말은 ‘과외’다. 정치권과 언론은 안 원장이 각계 원로와 전문가를 만나 의견 듣는 것을 ‘정치 과외’ 혹은 ‘경제 과외’라고 표현했다. 안 원장 측은 이를 “같은 전문가 입장에서 동등한 의견교류를 할 뿐”이라고 반박한다.
지금까지 우리가 본 좁은 의미의 ‘정치권’에는 아직 안철수가 없다. 정치라는 제도에 발을 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현 정치권에, 특히 대선 정국에 그의 행보 하나하나가 미치는 파급력은 어느 정치인보다 크다. 그에 대한 국민의 기대도 ‘교수 안철수’가 아닌 ‘정치인 안철수’를 향한 것이다. 이쯤 되면 넓게 해석해 이미 정치인이 됐다고 보는 게 맞다.
햄릿 아저씨, 출마하긴 할 건가요?
안 원장은 공식적으로 아직 고민 중이다. 그러나 이제 임계점에 도달했다. 대선 일정과 국민적 기대 등을 고려하면 출마선언이 임박했다는 관측에 많은 무게가 실린다.
측근인 금태섭 변호사는 안 원장의 출마선언이 머지않았음을 시사하는 두 가지 제스처를 했다. 지난 5일 케이블 방송 인터뷰에서 “본인이 여러 가지를 고려해 너무 늦지 않게 결정한다고 말했다”고 밝혔고, 7일 기자회견을 열어 ‘새누리당의 불출마 협박’을 폭로했다.
특히 폭로 기자회견은 명백한 정치행위다. 출마 결심이 서기 전에는 쉽게 던질 수 있는 카드가 아니어서 이를 통해 ‘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분석이 많다.
경험이 없는데, 국정운영 잘할 수 있나?
그는 정치 경험, 행정 경험이 없다. 안 원장은 이에 ‘나쁜 경험’이 없어서 더 좋은 정치를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저서 ‘안철수의 생각’에서 그는 “분명 약점인데, 한편으론 낡은 체제와 결별해야 하는 시대에 ‘나쁜 경험’이 적다는 건 오히려 다행이 아닌가”라고 했다. 예를 들어 이명박 대통령은 훌륭한 경영자였고 서울시장까지 역임했지만 국정운영을 과연 잘했느냐는 반박이다.
그러나 경험 부족에 대한 우려는 적지 않다. 안 원장과의 후보 단일화를 구상 중인 민주통합당 내부에서도 걱정이 크다. ‘안철수의 생각’에서 안 원장을 인터뷰 한 세명대 제정임 교수의 말을 곱씹어 볼 만하다. 제 교수는 “경제정의, 민주화 문제 등은 어떤 전문가보다 생각이 많이 돼 있다. 개인적인 인물로는 합격점”이라면서 “대통령은 정당기반도 필요하고 검증된 정책도 필요하다”고 했다.
새로운 정치 패러다임, 과연 보여줄 수 있을까?
안 원장은 스스로 ‘상식파’라고 한다. 보수·진보의 좌우 이념 논란에 치우치지 않는다는 뜻이다. 정권을 잡은 진보당이 보수당과 화합해 복지국가를 건설한 스웨덴이나 보수진영이 집권한 뒤 진보진영과 협력해 복지정책을 편 독일의 사례가 안 원장이 꿈꾸는 정치 모델이다. 저서에서 한국 사회의 과제를 ‘정의로운 복지국가’ ‘공정한 복지국가’로 제시했다.
오랜 세월 정파 싸움, 이념 대결에 지친 많은 이들이 그에게 소통과 사회통합을 기대하고 있다. 안 원장도 7월 말 SBS 힐링캠프에 출연해 “소통과 합의의 중심에 설 수 있는 대통령이 정말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당 정치를 부정하지는 않지만 “이대로는 안 된다”는 생각은 확고하다. 구시대적인 여의도 정치가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아직 가능성으로만 존재한다. 그가 추구하는 사회는 방송과 저서를 통해 간접적으로 드러났을 뿐이다. 때문에 ‘안철수의 생각’은 하루빨리 국민들에게 검증 받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