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베니스에서 꽃피운 김기덕의 영화예술

입력 2012-09-09 22:00

9일 새벽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날아든 낭보는 한국영화 100년사의 쾌거라 할만했다. 제69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최고 영예인 황금사자상(최우수작품상)이 ‘피에타’를 출품한 한국 감독 김기덕의 품에 안긴 것이다. 한국영화가 베니스, 칸, 베를린 등 3대 영화제에서 최고상을 수상한 것은 처음이다. ‘피에타’는 18∼19세 관객들이 뽑은 ‘젊은 비평가상’을 비롯해 ‘골든 마우스상’과 ‘나자레노 타데이상’도 받았다. 가장 연륜이 긴 영화제의 가장 참신한 선택이 아닐 수 없다.

한국영화의 황금사자상 수상은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1961년 강대진 감독의 ‘마부’가 베를린영화제에서 특별은곰상을 받으며 한국영화 최초로 3대 영화제에서 수상한 지 51년 만에 세계 영화시장의 주류로 입성한 것이다. 그동안 박찬욱 봉준호 홍상수 이창동 등 3대 영화제에서 괄목할 성적을 낸 스타 감독들이 정상을 코앞에 두고 좌절한 아쉬움을 김기덕 감독이 너끈히 넘어 한국영화의 성가를 세계에 알릴 수 있게 됐다.

아웃사이더에서 최고의 감독으로 등극한 김기덕 감독의 삶도 영화 그 자체다. 중졸이라는 학력으로 구로공단과 청계천에서 일하면서 밑바닥 삶의 곤궁함을 체험한 그는 프랑스에 유학해 독학으로 그림을 공부하다가 영화로 전향했다. 이후 한국영화계의 비주류로 활동하면서 치열하고도 독창적인 영화세계를 구축한 끝에 오늘의 영광을 거머쥐기에 이른다. 수상작인 ‘피에타’ 역시 자본주의의 극단적 폐해와 인간성 상실을 냉혹한 시선으로 그려 충격과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다.

올 들어 한국영화는 새로운 중흥기를 맞고 있다. 연초 ‘부러진 화살’과 ‘댄싱퀸’으로 포문을 연 이후 ‘범죄와의 전쟁’ ‘내 아내의 모든 것’ ‘건축학개론’ ‘연가시’까지 흥행에 성공하더니 마침내 ‘도둑들’로 마(魔)의 1000만명 벽을 돌파했고,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와 ‘이웃사람’이 뒤를 받치고 있다. 해외진출도 잇따르고 있다. 이렇게 맑은 밤하늘에 김기덕 감독이 쏘아올린 ‘피에타’ 축포가 한국영화 도약의 신호탄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