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알프스서 英 일가족 총격 사상…청부 살인 추측
입력 2012-09-07 22:15
프랑스 알프스 휴양지 숲길에서 영국인 일가족이 총격을 받고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참혹한 사건인데다 희생자가 정보기관의 감시를 받았다는 제보에 이어 전문 킬러에 의해 청부 살해됐을 가능성도 제기돼 현지 언론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영국 BBC 방송 등에 따르면 5일 오후(현지시간) 프랑스 안시 호수 인근 알프스 자락의 슈발린 마을 숲길에서 남성 및 여성 시신 4구가 BMW 차량 내부와 바깥에서 발견됐다.
차 운전석에서 숨진 채 발견된 남성은 이라크 태생의 영국인 사드 알 힐리(50)이고, 숨진 두 여성은 아내(47)와 장모(77)로 파악됐다. 알 힐리의 7살짜리 첫째 딸은 중상을 입었고, 다행히 총격을 피한 4살 난 둘째딸은 차 뒷좌석에서 사건 발생 8시간 만에 시신들 사이에서 발견됐다. 사건 발생 시각 자전거를 타고 현장을 지나던 프랑스인(45)도 총에 맞아 숨졌다. 차 안에서 숨진 사람들은 모두 이마 한가운데 총을 맞았다.
알 힐리는 1970년대 사담 후세인이 이끌던 이라크 바트당의 숙청을 피해 부모와 함께 영국으로 건너왔으며 이후 치과의사 부인과 결혼해 두 딸을 뒀다. 이웃들은 항공 엔지니어였던 알 힐리 가족이 부유했으며, 매우 화목했다고 증언했다.
사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자 각 언론들은 일가족 피살 배경을 놓고 각기 다른 보도를 하고 있다. AFP통신은 프랑스 경찰이 최근 알 힐리가 금전 문제로 형제 한 명과 크게 다퉜다는 정보를 입수했으며, 곧 그를 조사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가디언은 살해수법으로 볼 때 원한에 의한 청부살인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데일리메일은 알 힐리의 부친이 한때 바트당에 깊숙이 관련돼 영국 정보기관의 집중 감시를 받았으며, 감시와 피살 배경엔 그의 가족 이력이 작용했을 수 있다고 전했다. 당초 무장강도 범행에 무게를 뒀던 현지 경찰도 가족 불화에 따른 청부살인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양국 정상은 범인의 조속한 검거를 다짐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범인 색출에 모든 힘을 쏟겠다”고 밝혔고,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최대한 빨리 수사해 사건 전말을 낱낱이 파악하겠다”고 말했다.
남혁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