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교협 “학교폭력 학생부 미기재땐 입학 취소” - 경기교육감은 내용 삭제 명령… 일선 고교 혼란

입력 2012-09-07 21:34

학교폭력 학생부 기재 여부를 둘러싸고 교육과학기술부와 진보성향 교육감들의 줄다리기가 계속되는 가운데 학생부 정리 마감일을 앞둔 일선 학교들이 기재와 삭제라는 정반대 요구 사이에서 혼란을 겪고 있다. 대학들은 학교폭력 미기재 사실이 밝혀지면 입학을 취소한다는 강수를 예고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7일 “교과부에 학교폭력 미기재 고교의 명단을 요청해 회원 대학과 공유해 입시에 활용할 계획”이라며 “이들 학교의 학생에게는 면접 등을 통해 폭력사건 연루 여부를 따로 확인하고 합격 이후에라도 가해사실 은폐가 적발되면 입학을 취소하겠다”고 밝혔다.

대교협은 현재 학교폭력 미기재 고교가 경기도 6곳, 전북 16곳 등 전국 22곳(1%)에 그치고 있어 대입에 혼란을 줄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학생부 기재 거부 또는 보류를 지시한 진보성향 교육감들과 교과부의 갈등이 심화되면서 학교 현장의 혼란은 가중되는 상황이다.

앞서 6일 김상곤 경기교육감은 도내 25개 지역교육청의 교육장 및 학생부 업무 담당자, 학교폭력 관련 3학년생이 있는 103개 고교 교장을 교육청으로 소집해 각 대학에 학생부를 제공할 때 학교폭력 사실을 삭제하도록 거듭 명령했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학생부가 외부에 활용될 경우 교육감이 학생부에 대한 지도 감독을 할 수 있다는 초중등교육법 제30조 6항과 7항이 명령의 법적 근거”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해당 고교들은 이미 교과부로부터 학교폭력 가해 여부를 기재하지 않으면 징계하겠다는 정반대 지침을 받은 상태다. 경기도 A고교의 한 교장은 “현행법상 교육감이 학생부에 대한 지도감독권을 갖고 있으니 현장에서는 도교육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지 않느냐”며 “각 대학 수시모집 일정이 몰려 있는데 결론이 빨리 나지 않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교과부와 진보 교육감들 사이의 신경전은 7일 국회에서도 이어졌다.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위원장 주최로 열린 교육감 초청 간담회에서는 교육감들과 교과위 소속의원들 사이에서 학생부와 특별감사를 둘러싸고 고성이 오가는 격론이 벌어졌다. 김승환 전북교육감은 이주호 교과부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 발의 요청서를 전달하기도 했다.

김 교육감은 “교과부는 법적 정당성이 없는 훈령을 계속 압박하고 전북교육청을 비롯한 일부 교육청에 대해 강도 높은 감사를 하며 학교폭력의 학생부 기재를 강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병희 강원교육감도 “감사단이 와서 강원 교육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갔다”며 “학교폭력 가해사실을 학생부에 기재하겠다는 확인을 받아가려는 게 감사의 목적이었다”고 주장했다.

김상곤 경기교육감은 “징계 등을 무기로 학교폭력의 학생부 기재를 유도하는 교과부의 행태는 일제시대의 전향 강요나 유신시대의 중앙정보부 행태와 비슷하다”며 강도 높게 비난했다.김수현 기자,

수원=김도영 기자 siemp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