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옌볜 조선족자치주 60년] 졸업생 전세계 진출… 개교 20년만에 ‘옌볜의 자랑’
입력 2012-09-07 18:46
(하) 연변과학기술대학
연변과학기술대학(YUST)에는 교수 식당이 없다. ‘누구를 가릴 것 없는 식당의 줄서기’를 통해 교수와 학생들이 같은 음식을 먹는다.
학생들은 ‘정직한 대학 만들기 운동(Campus Integrity Movement)’을 통해 정직과 주인의식을 몸에 익힌다. 일부 전공과목 말고는 시험 감독도 없다. 학생들은 식당에서 식비도 알아서 낸다.
총장을 포함한 교수들은 교내 아파트에 살면서 학생들과 어울린다. 교수 1명이 1년에 학생 5명을 돌보면서 부모와 자식 같은 관계를 맺는다. 이렇게 졸업할 때까지 4년이면 교수 1명이 모두 20명과 인연을 맺게 된다.
재학생 1800여명이 기숙사에서 지내는 데다 13개국에서 온 교수 230여명과 그 가족을 포함한 500여명이 교내 아파트에 살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상황이다.
이런 모습은 지난달 31일 연변과기대 캠퍼스를 오가면서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학생들은 기자와 동행한 교수에게 먼저 다가와 인사를 건넸다. “교수님, 안녕하세요?” “그래, 지난번 그 일은 잘 해결됐니?” 신변 얘기까지 스스럼없이 나누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연변과기대는 1992년 9월 16일 출범한 중국 최초 중외(中外) 합작대학이다. 1996년 조선족대학교인 연변대학과 합해 학교 정식 명칭은 ‘연대 과학기술대학’이다. 9개 학부에 12학과를 두고 있다. 이제 개교 20주년을 맞아 국경을 초월하는 ‘글로벌 대학’을 지향하고 있다. 재학생 가운데 70%가량은 조선족, 나머지는 한족이다. 러시아에서 온 고려인도 60여명 있고 한국 유학생도 100여명 된다. 현재 100여개 해외 단체와 국제협력 교류를 하고 있다. 지난 20년 동안 연변과기대를 졸업한 5000명은 지금 전 세계에 퍼져 있다. 졸업생 중 20%가량은 외국에서 유학하고 있다.
김진경 총장은 “이곳 졸업생 취업률은 100%”라며 “베이징대, 칭화대 졸업생 취업률이 60∼70%인 데 비하면 엄청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곳 졸업생들이 영어 중국어 한국어 3개 언어를 하는 데다 인성 교육을 잘 받은 덕분에 이들을 채용한 회사들이 아주 만족해 한다는 것이다.
연변과기대의 가장 큰 특징은 설립 이후 전적으로 외부 모금에 의해 운영돼 왔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모금에 동참한 사람은 10여개국 5000여명에 달한다. 홍영대 부총장은 이 학교 교수들을 ‘다국적 자원봉사자’라고 했다. 이들은 후원자의 후원을 받고 있으며 학교 측으로부터는 월급을 받지 않는다.
옌볜=글·사진 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