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저축銀 회장에 “불법대출 폭로하겠다” 수억 뜯어낸 가짜 ‘허박사’ 구속

입력 2012-09-07 18:37

저축은행비리합동수사단(단장 최운식 부장검사)은 7일 불법대출 사실을 공개하겠다고 협박해 김찬경(55·구속기소) 미래저축은행 회장에게서 수억원을 뜯어낸 혐의(공갈)로 허모(57)씨를 구속 기소했다.

허씨는 자신이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 출신에 미 중앙정보국(CIA) 한국·홍콩지부장 등을 거친 정·관계의 숨은 실력자인 것처럼 행세했다. 주변에서는 그를 ‘허 박사’로 불렀지만, 실제로는 무직에 고졸 학력으로 파악됐다.

허씨는 지난해 7월 김 회장의 측근 김모(43)씨가 불법대출 내용을 알리고 대응책을 문의하자 며칠 뒤 “검찰에 알아보니 수사가 임박했다. 김 회장의 위조여권을 만들고 홍콩에서 거주할 집을 사야 하니 자금을 달라”고 속여 8500만원을 받아 챙겼다. 같은 해 9∼10월에는 공범 이모(43·구속기소)씨를 홍콩으로 불러 야후 블로그 ‘크라임 투 길티(crime2guilty)’를 만든 뒤 미래저축은행의 불법 행위를 폭로하는 글을 8건 올렸다. 이씨의 부인을 시켜 김 회장에게 “금융감독원이나 검찰에 알리겠다”고 협박도 했다. 김 회장은 결국 입막음을 위해 모두 3억8000만원의 자기앞수표를 건넸다.

이들은 또 지난 3월 ‘크라임 투 길티’에 4·11 총선 당시 새누리당 후보로 출마한 정우택 의원의 성추문 의혹 내용이 담긴 글을 올리기도 했다. 원자료를 USB에 담아 허씨에게 넘겼던 김병일 전 서울시 대변인은 경찰 조사가 시작되자 홍콩으로 출국했다가 지난 6월 숨진 채 발견됐다. 검찰은 허씨와 이씨를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추가 기소할 예정이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