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은닉 고물수집상 항소심서 무죄… ‘훈민정음 해례 상주본’ 햇빛보나

입력 2012-09-07 18:37

대구고법 제1형사부(부장판사 이진만)는 7일 국보급 문화재로 평가받고 있는 ‘훈민정음 해례본(訓民正音 解例本) 상주본’을 은닉한 혐의(문화재보호법 위반)로 구속기소돼 1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은 배모(49)씨의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고미술수집상인 배씨는 항소심 과정에서 ‘무죄가 선고되면 상주본을 국가에 위탁하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밝힌 바 있어 행방이 묘연한 상주본 공개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재판부는 “상주본 소유주임을 주장하는 조모(67)씨를 비롯해 증인들의 증언 또는 수사기관 진술이 신빙성이 없어 무죄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상주본이 피고인의 소유라든가 피고인의 주장이 사실이라고 확정하는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선고 후 재판장이 “상주본이 햇빛을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역사와 민족, 인류에 대한 피고인의 책무”라고 당부하자 배씨는 “책임지고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사소송에서 상주시내 골동품상 조씨가 상주본의 소유주로 확정됐기 때문에 배씨가 상주본을 공개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상주본은 국보 70호로 지정된 간송미술관 소장 훈민정음 해례본과 같은 판본이다. 2008년 7월 배씨가 집수리를 위해 짐을 정리하던 중 발견했다며 공개했지만 그해 12월 조씨가 ‘배씨가 훔쳤다’고 주장하면서 민사소송이 시작됐다. 대법원은 지난해 6월 배씨가 조씨의 가게에서 훔친 것을 인정했지만 배씨는 끝내 상주본을 내놓지 않았다. 이에 문화재청이 지난해 7월 고발했고 배씨는 9월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아 왔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