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범’ 조희팔 수사하랬더니 같이 골프 치고 금품 받은 경찰

입력 2012-09-07 18:35

3조5000억원 규모의 다단계 사기행각을 벌인 ‘사기왕’ 조희팔(55) 사건 수사를 맡았던 현직 경찰관이 조씨 측으로부터 금품을 받아 챙긴 사실이 적발됐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중국으로 도피한 조씨를 현지에서 만나 금품 및 향응을 제공받은 혐의(직무유기 등)로 대구지방경찰청 소속 정모(37) 경사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정 경사는 2008년 10월부터 2009년 5월까지 조희팔 사건을 담당했던 경찰관이다. 그는 조씨 사건에서 손을 뗀 직후인 2009년 5월 연가를 내고 중국 옌타이로 건너가 조씨와 조씨의 핵심 측근 강모(52)씨 등을 만나 어울렸다. 정 경사는 5일간 중국에 머물면서 조씨 등 4명과 골프를 함께 치고 술을 마시는 등 수십만원 상당의 향응을 제공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정 경사는 지난해 6월에도 육아휴직 기간 도중 다시 중국으로 건너가 조씨 등을 만난 것으로 확인됐다. 정 경사는 조씨를 인터폴에 적색수배한 당사자지만 조씨와 만난 사실을 경찰에 알리지도 않았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정 경사가 강씨로부터 수억원의 돈을 받은 정황을 포착해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

‘사기왕’으로 알려진 조씨는 2004년 전국에 의료기기 임대 사업을 빙자한 다단계 업체를 차려 5년간 4만∼5만명의 투자자들로부터 3조5000억∼4조원의 투자금을 가로채는 등 시대의 사기범으로 불렸다. 조씨의 가족들은 ‘조씨가 해외도피 중이던 지난해 12월 중국에서 급성심근경색으로 숨졌다’며 조씨의 유골을 국내로 들여왔다. 그러나 사기 피해자들은 조씨가 여전히 중국에 살아 있다는 의혹을 제기해 왔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