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성범죄와의 전쟁·국민 분노 비웃는 성인PC방… 폴더마다 수십개 동영상 ‘여전히 음란의 바다’

입력 2012-09-07 18:38


경찰은 지난 3일 ‘성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음란물의 온상인 성인PC방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여전히 단속 사각지대가 존재했다. 7일 낮 서울 돈의동 C성인전용 PC방은 버젓이 영업 중이었다. 허름한 계단을 따라 3층으로 올라갔다. 안은 어두컴컴했고 찌든 담배냄새가 코를 찔렀다. 일반 PC방과는 달리 20여개의 밀폐된 방으로 나눠져 있었다. 불이 켜져 있는 방의 수를 헤아려 보니 4∼5명의 손님이 자리 잡고 있는 듯했다. “한 시간에 5000원입니다. 안쪽 8번방으로 들어가세요.”

각방은 0.7∼0.8평 규모로 칸막이로 막혀 있었지만, 위가 뚫려 있어 옆방 손님의 마우스 클릭 소리와 숨소리 등이 생생히 들렸다. 방 안에 비치된 컴퓨터 바탕화면은 음란물로 가득했다. ‘한국’ ‘중국’ ‘동남아’ ‘서양’ ‘동성애’ ‘동물’ ‘도촬(도둑촬영)’ 등의 제목을 단 폴더들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었다. 폴더마다 수십 개의 음란 동영상이 들어 있었다. ‘아동음란물’로 명명된 폴더는 없었으나, 일부 동영상 제목에는 ‘교복’ ‘10대’ 등의 단어가 포함돼 있었다. 업주 김모(42)씨는 “잘 찾아보면 (아동 음란물이) 있을 것”이라 말했다. 그는 “요즘 경찰이 단속하던데 위험하지 않으냐”는 질문에 “괜찮다. 신경 쓰지 마라”고 태연히 답했다.

단속을 피해 임시로 문을 닫은 곳도 있었다. 서울 봉래동 한 성인PC방에는 ‘휴업 중’이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고, 문은 잠겨 있었다. PC방 맞은편에서 상점을 운영하는 신모(51)씨는 “단속이 강화 된다고 하자 며칠 전부터 갑자기 휴업을 시작했다”며 “단속을 피하기 위한 꼼수”라고 말했다.

일반 PC방들은 음란물과의 전쟁을 벌이는 중이다. 서울 신길동의 한 PC방은 벽에 ‘저희 업소는 음란물 상영을 금지하고 있습니다’라고 써 붙였다. 업주 이모(40)씨는 “컴퓨터마다 유해사이트 차단 프로그램이 설치돼 있지만, 교묘하게 음란물을 다운받는 손님들 때문에 골치”라며 “음란물을 다운받은 IP주소가 우리 업소로 나오면 피해를 볼까봐 철저히 규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얼마 전 새벽에 야동을 보던 손님을 제지하던 중 실랑이가 있었다”며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하자 황급히 나갔다”고 전했다.

고객이 PC방에서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해 음란물을 볼 수 있도록 해주면 PC방 업주는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처벌받게 된다. 컴퓨터에 음란물을 저장해 놓고, 손님들이 볼 수 있게 하는 행위는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위반이다. 아동·청소년 관련 음란물을 상영할 경우 ‘아동 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 걸린다.

성인 전용 PC방 업주들은 영업이 불법인 줄 알면서도 세무서에 ‘자유업종’으로 사업자등록만 해놓고 운영하고 있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음란물을 취급·상영하는 성인 전용 PC방은 불법이기 때문에 구청에 신고나 등록이 불가능하며 허가 자체가 안 된다”고 말했다. 경찰은 단속 강화를 발표한 이후에야 성인 전용 PC방의 위치, 영업 행위 등에 대한 실태파악에 나서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음란물 관련 단속에 대한 대비가 미흡했다”며 “최근 성범죄 사건 등을 겪으면서 실태 파악 및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