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강남 불패’ 옛말… 매매 안되고 경매 급증
입력 2012-09-07 18:42
지난 5월 경매 시장에 나온 서울 강남구 개포동 우성아파트 133.46㎡는 두 차례 유찰된 끝에 지난 7월 8억6400만원에 낙찰됐다. 애초 감정가는 13억5000만원으로 낙찰가율은 64%에 그쳤다. 비슷한 시기 서초동 더샵서초아파트 136.02㎡도 감정가의 67%인 8억6400만원에 팔렸다. 부의 상징이었던 도곡동 타워팰리스 136.02㎡는 최근 4회차 입찰에서 시세(21억∼23억원)의 절반 수준인 11억6500만원에 낙찰됐다.
강남 3개구(강남·서초·송파)의 아파트가 경매 시장에 쏟아지고 있지만 대부분 시세에 한참 못 미친 가격에, 그것도 수차례 유찰된 끝에 낙찰되고 있다. 수도권 주택시장에서 투자1번지 노릇을 하던 강남 3구의 자존심이 구겨질 대로 구겨지고 있는 셈이다.
7일 경매정보업체 부동산태인에 따르면 경매 시장에 나온 강남 3구 아파트는 올 들어 8월까지 총 1372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207건)보다 165건이 늘었다. 특히 감정가에 비해 고가로 낙찰되는 경우는 불과 6건으로 지난해 34건에 비해 크게 줄었고, 유찰되는 경우가 늘면서 낙찰률은 27%로 떨어졌다. 낙찰가율도 지난해 82.53%에서 76.85%로 뚝 떨어졌다. 경매에서 팔리는 아파트값이 감정가의 80%도 안 된다는 얘기다.
부동산태인 정대홍 팀장은 “강남권을 중심으로 경매 물건이 늘고 있는 것은 하우스푸어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라며 “원금상환 기일이 도래한 하우스푸어들이 갑자기 늘어난 금융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결국 아파트가 경매로 넘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강남 3구 아파트 경매 물건이 증가하는 근본적인 이유로 주택거래 침체를 꼽고 있다. 하우스푸어들이 집을 급매가에 내놓아도 이를 받아주는 매수세가 거의 없어 결국 집이 경매로 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올해 들어 강남 3구 중개업소들의 주택매매 상황은 최악이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써브가 서울 강남·서초·송파구 등 강남 3개구에서 영업 중인 중개업소의 주택매매 계약건수를 조사한 결과 올해 들어 8월까지 평균 1.14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8개월간 아파트와 단독·다가구, 다세대·연립 등 모든 주택유형의 거래량을 합쳐도 중개업소당 주택매매계약서를 1건밖에 쓰지 못한 셈이다.
강남 3구 가운데서도 강남구가 가장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구는 총 2027개 중개업소 중 휴업 및 업무 정지된 41개 중개업소를 제외한 1986개 업소가 영업 중이며, 연초부터 8월까지 총 주택 실거래는 1844건에 그쳤다. 중개업소 대비 평균 주택 거래량이 0.93건 수준이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