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최선으로 가는 고난의 길 선택해달라”

입력 2012-09-07 18:34


“진실은 수십 년간 누적돼 온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몇 년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해결될 것이고 우리의 도전은 보상받을 것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민주당 대통령 후보 수락연설은 희망과 변화를 담대하게 추구하자고 강조하던 4년 전과 크게 달랐다. 6일(현지시간)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의 타임워너 실내 경기장 연단에 선 그는 집권 4년간의 ‘국정 성적표’를 방어하면서도 문제 해결의 어려움을 인정했다. “나는 내가 선언한 길이 결코 빠르고 평탄할 것이라고 말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했다.

4년 전 덴버 전당대회에서 대통령 후보 수락연설을 할 당시 37번이나 사용했던 ‘약속’이란 단어는 7번만 쓰였다. 목소리도 그때에 비해 가라앉아 있었다. 청중을 울리고 웃겼던 전날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연설에 비해서도 전반적인 동작과 음색이 무겁고 어둡다는 인상을 주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선거를 ‘롬니의 길’과 ‘오바마의 길’이라는 두 대안에 대한 선택으로 자리매김했다. “이것은 두 명의 후보나 두 정당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는 문제가 아니라, 미국이 앞으로 걷게 될 전혀 다른 두 갈래 길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라며 “내가 제시한 길이 고난의 길이기는 하지만 좀 더 좋은 곳으로 이끌 것”이라고 역설했다.

특히 그는 외교정책과 관련해 아시아 중시, 핵 확산 방지 등 자신의 외교기조를 설명한 뒤 러시아를 미국의 제1의 주적으로 지목하고, 중국에 대한 강경 입장을 표명한 공화당 롬니 후보를 ‘외교 문외한’이라며 비판했다.

연임할 때 추진할 구체적인 청사진 제시에도 공을 들였다. 경제 회복을 앞당기기 위해 2016년까지 제조업 일자리 100만개 창출, 2014년까지 수출 2배 증대, 2020년까지 석유수입량 절반으로 감축 및 천연가스 관련 신규 일자리 60만개 지원 등을 공약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특히 “전쟁에 돈을 쏟아 붓지 않고 경제에 투자하겠다”며 “향후 10년에 걸쳐 4조 달러 이상의 재정적자를 감축하겠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에 앞서 부통령 후보 수락 연설을 한 조 바이든 부통령은 연단에 오르기도 전에 감격의 눈물을 보였다. 그는 아들인 보 바이든 델라웨어 법무장관이 연설을 통해 “오늘, 나는 내 아버지이자 나의 영웅 조 바이든을 부통령 후보직에 지명하는 무한한 영광을 누리게 됐다”고 공식 지명을 선언하자 눈시울을 붉혔고 결국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았다.

이날 40분간의 오바마 연설 당시 그의 트위터 계정(@barackobama)은 분당 5만2757건의 트윗으로 정치 분야 관련 트윗 수 가운데 사상 최고 기록을 세웠다. 지난달 30일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롬니가 세운 분당 1만4000건의 4배 가까이 된다.

이날 행사는 애초 7만5000명을 수용하는 샬럿의 뱅크오브아메리카 야외 경기장을 연설 장소로 잡았으나 날씨가 나빠진다는 예보에 따라 2만여명이 들어가는 타임워너 실내 경기장으로 변경했다.

샬럿(노스캐롤라이나주)=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