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통합전산센터 24시] ‘e-안시성’에선 하루 1000여건 사이버전투
입력 2012-09-07 18:22
정부통합전산센터(NCIA)는 ‘대한민국의 심장’에 해당한다. 2005년 11월 국가 차원의 정보보호체계를 구축하고 NCIA란 이름으로 일원화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NCIA는 통합방위법 가급에 해당하는 특수 보안시설로 분류돼 ‘을지훈련’과 같은 경우 군의 보호를 받는다. 규모 7 이상의 지진에도 견딜 수 있는 내진설계 등으로 무장한 NCIA 대전·광주 센터를 국내 언론사 중에는 처음으로 들어가 봤다.
“하루 1000여건의 공격을 방어해 냅니다. 24시간 긴장 상태죠. 국내 해커와 미국·중국 등에 IP기반을 둔 해커 공격이 전체의 80%를 차지합니다.”
지난 4일 대전 정부통합전산센터(NCIA) 관제센터. 실무진 70여명이 벽면의 대형 스크린과 책상 위의 모니터를 수시로 쳐다보며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었다. 마치 화성 착륙을 앞둔 미항공우주국(NASA)의 관제센터와 비슷한 풍경이다.
NCIA 관제센터는 ‘사이버 대한민국의 워룸(war room)’이다. 실제 팻말도 ‘WAR ROOM’이라고 되어 있다. 원탁 테이블과 테이블 위의 직책 팻말이 위기상황실임을 잘 말해준다. 이 관제센터에 어렵게 들어왔다. 사전 신고를 통해 신분을 확인하고, 공항검색대와 같은 문을 통과한 뒤 스캐너로 몸 구석구석을 검색 받았다. 보안요원은 휴대전화를 이용한 녹음과 사진촬영을 막기 위해 NCIA로고가 선명한 스티커를 붙였다. 스티커 내용에 ‘무단 탈·부착 금지’라고 되어 있다.
취재 범위 또한 엄격히 제한되어 막막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 취재진의 카메라 역시 ‘보안위원회’의 등급 판정을 받아야 했다. 찍은 사진은 워룸에서 허용 여부가 결정됐다. 담당자들은 연신 미안하다고 하면서도 세심하게 체크해 나갔다.
워룸 책임자가 해커의 공격을 설명하면서 에둘러 설명했다. 보안의식이 몸에 배어서다.
“(네티즌들이 해커로서의 능력을) 과시하려고 공격을 해대죠. 미국, 중국 IP기반이 많으나 몇 단계 거치기 때문에 반드시 미·중 기반이라고만도 할 수 없어요.”
그렇다면 해커보다 정보탈취, 불법 열람, 변조, 파괴를 일삼는 크래커(cracker)가 이들에게 최대의 적이란 얘기다. 책임자에게 툭, 질문을 던졌다.
“국가 간 전쟁이란 얘기인데요. 국익을 위해서 크래커를 침입시키는…. 미국, 중국, 일본, 북한 등에서 우리 정보탈취 등이 시도되겠네요?”
“…”
국제정세에 대응하는 각국의 전략은 ‘사이버전쟁’에까지 와 있었다. NCIA는 비무장지대 후방의 전선이었다. 다행인 것은 우리 정보통신(IT) 수준이 세계 최고라는 것이다.
센터는 47개 중앙부처, 700여개 부처 소속기관 및 지방자치단체가 운용하는 2만여대의 정보시스템이 철통 보안 속에 가동되고 있다. 통합 전 각 기관별 전산실과는 규모, 내용면에서 차원이 다르다.
사이버테러를 막기 위한 방어체계는 ‘e-안시성’. 고구려시대 당나라 10만 대군을 물리친 안시성전투에서 따왔다. 소위 ‘7.7 DDoS’ 공격에도 끄떡없었던 7단계 해자(垓字)를 갖춘 성이다.
관제센터는 3교대 근무를 통해 24시간 돌아가며, 요원들은 비상 호출시 어떤 위치, 상황에서도 들어와야 한다. 정보통신망 구축, 정보자원 통합, 보안 및 재난대비 등 유기적 관계가 한 박자라도 어긋날 때 심장이 멈추는 대재앙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1000명이 넘는 인원이 단 1초도 모니터 등에서 눈을 뗄 수 없는 이유다.
현재는 대전 본센터와 분원격인 광주정부통합센터 두 곳이 운영되고 있다. 백업센터와 제3센터 건립이 추진되고 있으나 일정, 규모 등 모든 것이 1급 비밀이다. 대전·광주 센터가 전쟁 혹은 테러로 피해를 입었을 경우 현대판 수장고의 역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NCIA 김경섭 원장은 세계 최초·최고의 사이버정부임을 강조했다. 올해도 유엔 평가 2회 연속 전자정부로 꼽힌 자신감이 배어 있었다. 센터구축으로 관련 예산 30%를 절감하고, 월평균 장애당 장애시간을 67분에서 5.4초 줄였다고 밝혔다.
“NCIA가 없었으면 행정수도 이전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각 부처 및 기관마다 방대한 양의 전산시스템을 옮기려고 생각해 봐라. 부처당 이전에만 6개월 걸린다. 하지만 센터가 있어 집기와 사람만 가면 된다.”
NCIA에는 한국 전자정부시스템을 배우려는 외국 공무원들이 쇄도한다. 지난 3일에도 광주센터에 대만 공무원들이 찾아와 벤치마킹을 했다. 지난해까지 102개국 1069명이 방문했다.
대전·광주=전정희 선임기자 jhj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