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스타일’의 사회학] ‘B급문화’의 발랄한 뒤집기… 금기·통념 깨기 대중들 열광

입력 2012-09-07 10:42

고급스러움의 대명사로 통했던 강남은 싸이의 ‘강남 스타일’ 뮤직비디오에서 코믹스럽고 우스꽝스러운 장치로 반전된다. 사람들이 싸이의 노래와 뮤직비디오에 열광하는 이유가 직설적이고 솔직한 가사와 뮤직비디오에 담겨 있는 ‘B급 정서’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뮤직비디오의 첫 장면은 싸이가 모래밭 벤치에 누워 있는 것으로 시작한다. ‘강남 스타일’이 반복적으로 흘러나오며 마치 싸이가 해외 유명 해변가에 누워 있을 것만 같은 예상이 들지만 이를 뒤엎고 싸이는 아이들이 노는 놀이터에 파라솔을 펴고 누워 있다. 또 뮤직비디오에서 싸이는 신문지와 쓰레기, 먼지가 날리는 곳을 걸어오며 등장하고 사우나와 한강 둔치, 관광버스를 무대로 복고풍 의상을 입고 나타난다.

뮤직비디오에 깔린 가볍고 즉흥적인 감성 뒤에는 ‘B급 문화’인 ‘키치(Kitsch) 문화’가 숨어 있다. ‘키치’란 독일어로 저속하다는 의미지만 통념을 벗어난 독특한 문화를 뜻하기도 한다. 이러한 ‘키치 문화’는 진지함을 거부하는 젊은 세대들을 중심으로 나타난다. 전문가들은 전혀 ‘강남’스럽지 않은 싸이가 스스로 “강남 스타일”이라고 외치는 아이러니함에 사람들이 열광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B급 문화는 가볍고 저급한 ‘싼티’와는 다르다. 사회의 주류가 아닌 이들에게 통쾌함을 주면서 그들로 하여금 공감을 이끌어내는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B급 정서는 사회 비판의 기능을 수행하며 ‘비주류’라고 여겨졌던 이들을 결집시키기도 한다.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장석용 회장은 “친근한 이미지를 내세운 B급 문화는 대중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다”며 “병역 문제 등 여러 어려움이 있었던 싸이의 스토리에 비춰 현실을 희화화하고 비꼬는 음악에 대중들이 흥미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고 분석했다.

중앙대 신광영 사회학과 교수는 “재미가 대중문화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가 되면서 재미를 중심으로 문화가 재편되는 현상이 나타났다”며 “대중은 소위 ‘B급 문화’로 일컬어지는 일종의 금기나 통념에 반하는 것에 열광하면서 새로운 즐거움을 얻게 됐다”고 말했다.

김유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