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사회 타락한 性] 性은 금기?… 이제 교회가 먼저 말하자

입력 2012-09-07 20:54


추악한 성범죄가 최근 수년간 끊이지 않는 가운데 교회가 바람직한 성윤리를 전하는 역할을 제대로 실천하지 못한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교회가 사회 구성원들에게 적극적으로 기독교적 성윤리를 심어주고, 나눔과 사랑의 미덕을 발휘해 사회안전망에서 벗어난 취약계층까지 끌어안아야 한다는 것이다.

◇교회가 먼저 변하자=우선 교회 내의 일부 비뚤어진 성윤리를 바로잡지 못하고 이와 관련한 문제를 공론화하기를 꺼려 하는 분위기를 교회 스스로 바꾸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우리 사회의 병폐를 치유하는 데 나서기 이전에 교회가 먼저 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크리스천라이프센터 신산철 사무총장은 7일 “그동안 우리 교회가 성문제를 공론화하지 못한 측면이 크다”면서 “‘성문제를 어떻게 막을 수 있겠느냐’와 같이 무겁게 풀어갈 게 아니라 ‘성경으로 보는 성윤리’ 식으로 자연스럽게 접근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전병욱 목사의 성추문과 같은 사건들이 교회 내에서 근절되지 못할 경우 기독교적 성윤리는 설득력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신학생뿐 아니라 목회자, 교회학교 교사 등을 상대로 한 성윤리 프로그램을 정착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정석환 원장은 “우리 교회의 교역자 대부분은 남성이고 이들은 많은 성도들로부터 신뢰를 받고 있다는 점에서 막강한 힘을 갖고 있다”며 “교역자들이 무엇보다 확고한 성윤리를 갖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적 외톨이 끌어안는 교회=교계 전문가들은 올바른 성윤리를 세우기 위해 무엇보다 “사회의 관심 밖으로 밀려난 계층을 보살피는 일에 교회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화학적 거세’ 등 파렴치한 성폭력범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이는 일과는 별도로 소외된 사람들이 범죄의 유혹에 빠질 수 있는 고리를 끊는 역할을 교회가 맡아야 한다는 것. 전남 나주에서 초등학생을 성폭행한 고종석은 온라인 게임에 빠져 PC방을 전전하던 외톨이였다.

기독치유상담교육연구원 남서호 원장은 “우리 교회 사람들만 챙길 게 아니라 음지에 있는 사람들을 교회가 빛 가운데로 끌어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교역자들이 어려운 가정을 좀 더 자주 찾아가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음식을 나눠주는 일에 그칠 게 아니라 영적으로 성숙할 수 있도록 따뜻한 손길을 내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교회 자체적으로 성문제 상담·치유 프로그램을 만들어 건전한 성윤리를 전파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여기에는 교역자뿐 아니라 성문제 전문상담가 등이 참여하고 가정교육과 연계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가정문화연구원 두상달 장로는 “기독교적 성윤리는 단기간 교육을 통해 형성되는 게 아니다”라며 “교회 문을 나오면 단절되는 게 아니라 가정에서도 부모를 통해 지속적으로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알코올 중독자들에 대한 ‘특수 선교’를 본격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고종석, 김수철, 김길태, 조두순 등 흉악한 아동 성폭행범은 모두 경찰 조사에서 “술에 취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할 만큼 알코올 중독과 성범죄는 깊이 연관돼 있다.

이와 관련해 교회와 병원, 기숙사, 금주학교, 자활센터 등을 갖춘 금주센터를 곳곳에 설치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한국기독교금주운동본부 손광호 목사는 “전문적인 금주 치료를 할 수 있고 동시에 성경 말씀을 배우고 묵상할 수 있는 정신적인 치유 공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농촌선교 강화해야=농촌 지역에 대한 선교 활동 역시 빼놓을 수 없는 과제다. 교회에서 운영되는 지역아동센터나 공부방 프로그램을 강화하자는 것이다. 통영 초등학생 납치 살해, 나주 초등학생 성폭행, 경기도 안산 초등학생 성폭생 사건 등 농촌이나 도심 외곽 지역에서 흉악한 성범죄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대도시에 비해 치안이 허술하고 자녀에 대한 부모 관심이 떨어질 가능성이 적지 않은 지방 곳곳에 자리 잡은 교회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좋은교사운동 정병오 대표는 “농촌 지역 교회의 아동시설은 낙후한 데다 전문강사들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면서 “교단 차원에서 지원을 해줘 농촌 교회 공부방 등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