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네거티브, 혼탁 양상으로 치닫는 대선
입력 2012-09-07 18:16
100여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이 혼탁 양상을 보이고 있다. 뿌리 깊은 정치 불신 등을 감안해 이번 대선은 네거티브 선거전을 자제하고 페어플레이를 펴기를 기대했던 국민들은 매우 실망스럽다.
그제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 캠프와 안철수 서울대 교수 측 사이에 벌어졌던 공방은 혼탁상의 대표적 사례다. 안 교수 측 금태섭 변호사는 박 후보 캠프의 정준길 공보위원이 전화를 걸어와 안 교수의 뇌물과 여자 문제를 폭로하겠다며 불출마를 종용했다고 주장했고, 정 위원은 서울대 법대 동기인 금 변호사에게 시중의 소문을 전하며 조언하는 차원이었다고 해명했다.
진실 여부를 떠나, 아무리 친구 사이라도 경쟁자 진영에 전화를 걸어 후보에 흠집이 될 사안을 입에 올린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 선의로 전화를 했다는 주장도 믿기 어렵다. 불출마를 언급한 게 맞다면 저열한 정치 공작으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박 후보 캠프가 진상을 파악해 응분의 조치를 취하고, 사과하는 게 옳다. 정 위원이 불출마를 종용할 만한 위치에 있지 않다고 팔짱을 끼고 있을 일이 아니다.
그러나 금 변호사가 정보·사정기관의 뒷조사 및 여당과의 유착 의혹을 제기하고 나선 것은 유감이다. 근거도 대지 않고 국가기관에 대한 불신을 야기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밑져야 본전’이라는 식으로 의혹을 부풀리는 것은 지지자들이 안 후보에 기대하는 새로운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특히 본보가 지난 6일 보도한 ‘사외이사 100% 거수기’를 비롯해 안 교수에 비판적인 일련의 보도들에 대해 “일부 언론 뒤에 숨은 거대 권력” 운운한 것은 적절하지 않다. 후보 검증 차원에서 심층취재를 거쳐 이뤄진 보도를 근거 없이 비방하는 것은 자신들에 불리한 사실 보도에 재갈을 물리려는 구태의연한 행태다.
국가기관이 야권 후보를 낙마시키려 사찰하고 선거전에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면 국기(國基)를 뒤흔들 만한 사안이다. 반대로 이런 중대 사안을 증거 제시도 없이 주장하는 것도 위험천만한 일이다. 안 교수 진영은 증거를 제시하거나 아니면 네거티브 주장을 철회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