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성없는 특허전쟁] 아는 게 힘! 소송 前에 막아라

입력 2012-09-07 18:29


“특허 전쟁의 시대다. 공격을 피할 수 있는 기업은 없다.” 미국 법원이 삼성전자와의 특허소송에서 애플의 손을 들어준 뒤 특허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기업이 ‘특허’를 무기로 싸움을 벌이는 시대가 됐다는 것이다. 특허 전문가들은 글로벌 특허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나라별 특허법과 그에 따른 대응 기술을 연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와 함께 소송에 휘말리지 않는 사전 예방이 우선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특허 전문가들은 기업이 특허 전문가를 영입해 지적재산권에 관한 개념을 정립하는 한편, 정부 기관을 통한 특허소송 대비책을 마련하는 투트랙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AIP 특허법률사무소 이수완 변호사는 세계 특허 흐름을 봐야 한다고 충고했다. 이 변호사는 “미국의 회사들은 대기업부터 중소기업까지 가리지 않고 특허소송을 걸고 있지만 우리 기업들은 관련 지식이 없는 게 문제”라며 “그러다 보니 일부 중소기업은 손해배상 액수가 워낙 커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음에도 합의금을 주고 끝내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전략이 필요하다=특허소송에 나설 경우 전략을 짠 뒤 대응하는 게 적절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삼성전자의 경우 특허 인력을 갖추고도 미 법원의 디스커버리 제도를 파악하지 못해 애플의 공격을 받은 바 있다. 애플 측 변호인단은 디스커버리 과정의 일환으로서 인계해야 할 의무가 있는 문서를 삼성전자가 고의로 파기했다고 주장했다. 특허소송을 피하기 위한 방안도 제시됐다. 가장 큰 방패막인 특허를 취득하라는 것이다. 특허청 자료에 따르면 특허 수만 봤을 때 우리나라는 세계 4, 5위에 해당한다. 문제는 핵심특허다.

특허청 산업재산정책과 문삼섭 과장은 “삼성 등 대기업에 비해 중소기업들은 핵심특허나 원천특허가 부족하다”면서 “중소기업은 연구개발(R&D) 투자가 열악하기 때문에 강한 특허를 만드는 데 힘을 쏟아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외국 기업들이 어떤 특허를 갖고 있는지 확인하고 R&D를 하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수특허사무소 정동준 변리사도 “삼성전자는 미국에 특허가 많기 때문에 그나마 버틸 수 있었다”면서 “중소기업들도 특허소송에서 살아남으려면 기술이건 디자인이건 특허를 보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사전 예방…아는 게 힘이다=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한 국제 특허소송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경기도 분당 소재의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사견을 전제로 특허소송 증가 이유를 전했다. 이 관계자는 “경제가 안 좋다 보니 해외 기업들이 제조는 하지 않은 채 자신이 보유한 특허권으로 장사해 보자는 식으로 작업을 하는 것 같다”면서 “특허권이 있다고 무조건 권리를 행사하는 것은 아닌데 생존이 달려있으니 자기 권리라며 돈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해외에서 잘 나가는 한국 기업들이 주 공격 대상이 됐다. 해외 기업의 공격은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 등 대상을 가리지 않았고 기업들은 스스로 살 길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해외 기업들의 무차별 공격을 방어한 기업들은 사전 예방만 확실히 한다면 특허소송을 막을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특허청에서 시행하는 프로그램 덕을 본 IT기업 U사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기업들은 특허에 대해 포괄적으로 볼 줄 모른다”면서 “정부의 지원을 받아 특허 포트폴리오 작성 방법을 습득하는 한편 개발자들이 특허 인식만 세운다면 특허소송은 쉽게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 기업은 해외 수출에 나서기 전에 자사 IT 지재권 확보를 위해 특허청의 지재권 R&D(IP R&D) 프로그램 지원을 받았다. 이 프로그램으로 U사는 미국과 일본, 유럽 기업들을 분석해 특허 침해 요소를 확인했고 자사가 보유한 기술을 앞세워 해당 국가들로부터 신규 특허를 받을 수 있는지도 알아봤다. U사는 2가지 기술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데 총 10개월이 소요됐다.

시간은 오래 걸렸지만 효과는 탁월했다. 해외 시장에 진출한 이후 지금까지 특허소송은 단 한 건도 없었다. 지식경제부에서 시행하는 시범서비스에 참여한 기업도 프로그램 덕을 톡톡히 봤다. B사 관계자는 “특허를 전문적으로 아는 인력을 확보하기 어려운데 이를 정부 프로그램이 대신해 줬다”면서 “아직 많은 중소기업이 모르고 있는데 잘 활용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