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성없는 특허전쟁] 中企는 더 죽을맛, 금융위기 편승, 특허장사 기업까지
입력 2012-09-07 18:27
“특허 관리요? 많이 어렵죠.”
H기업 과장인 조모씨는 특허 얘기를 하자 한숨부터 내쉬었다. 올해 들어 미국을 중심으로 특허 침해 관련 연락이 끊임없이 오고 있기 때문이다. 조 과장은 “몇 건 들어왔다고 구체적으로 밝히긴 어렵지만 지난해보다 많아진 건 사실”이라며 “사업은 하지도 않으면서 특허권만 갖고 있는 사람들이 연락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정보기술(IT) 업체인 T사도 지난해 일명 ‘특허괴물(특허소송 전문회사)’로부터 소송을 당한 뒤 현재까지 곤욕을 치르고 있다. 미국에서 진행된 소송에서 10개월 동안 30만 달러나 쏟아부어야 했지만 싸움은 시작도 못했다. 현재까지 진행된 상황은 미 법원이 소송의 관할권이 있는지에 대한 기초적인 조사만 했을 뿐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당기순이익 20억원에 불과한 중소기업엔 특허 소송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외국 기업들이 한국 기업을 타깃으로 ‘특허 전쟁’을 벌이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중소기업들의 고충도 심해지고 있다. 해외 시장에서 잘 나가는 한국 기업을 견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특허의 칼날을 들이대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조 과장의 말처럼 글로벌 금융위기로 특허 장사를 하려는 기업들까지 날뛰고 있다. NPEs(제조활동 없이 특허 소송 및 관리를 전문으로 하는 기업) 활동을 뜻한다.
특허 관리 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으로선 특허 전쟁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돼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대부분 중소기업은 소송이 들어와도 협상으로 끝내는 경우가 많다. 또 다른 IT 업체인 D사의 직원은 “우리가 특허를 침해하지 않은 게 확실한 데도 소송까지 가지 않으려고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특허 침해를 인정하고 협상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소송을 감당할 여건이 안 되기 때문이다. 일단 소송이 시작되면 중소기업들로선 감당하기 어려운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다. 특허권 전문 인력은 물론 이를 보조할 인력을 투입해야 하는 데다 변호사 수임료 등 막대한 소송비용을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서윤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