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 총재 회견 “유로존 국채 무제한 매입”

입력 2012-09-07 00:39

유럽중앙은행(ECB)이 6일 유로존 재정위기 국가들의 국채를 무제한 매입하기로 결정했다고 AP통신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2010년 5월 이래 계속돼 온 유럽의 재정위기를 반드시 타개하겠다는 ECB의 의지로 읽힌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이날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정례 금융통화정책회의 직후 기자회견을 갖고 “우리는 통화정책이 유로존 모든 국가에 전달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ECB는 국채 매입에 따른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유동자금을 흡수하는 조치(불태화)도 함께 시행할 예정이다. 드라기 총재는 “국채 매입을 위해서는 먼저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이나 유로안정화기구(ESM)에 지원을 요청해야 한다”는 단서도 달았다. 국채 매입 시기와 규모는 추후 발표하기로 했다.

심각한 재정위기에 시달려 온 스페인 이탈리아 등은 당분간 안정적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전망이다. ECB는 만기 1~3년짜리 단기 국채 중심으로 매입하고, 국가별 매입 규모도 매달 공개하기로 했다. 우선변제권도 행사하지 않는 파격적인 지원이다.

ECB와 독일의 기싸움에서는 독일이 양보한 모양새가 됐다. 유럽 최대 채권국인 독일은 국채 매입에 강력히 반대해 온 바 있다. 예스 바이트만 분데스방크(독일중앙은행) 총재는 “국채 매입은 돈을 찍어 재정을 늘리자는 것과 같다”며 “ECB는 본분인 물가 안정에 힘써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에 대해 “ECB의 결정은 (독일과 상관없이) 독립적으로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양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