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모없다 여겨졌던 ‘정크 DNA’가 질병 관장… 인간 게놈 세밀지도 9년만에 완성
입력 2012-09-06 21:17
‘DNA 백과사전’이 마침내 완성됐다.
2만1000여개의 유전자로 구성된 인간 게놈(genome·유전체)을 정밀 분석한 게놈 세밀지도 제작이 마무리됐다고 BBC 인터넷판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2003년 시작된 게놈 세밀지도 제작은 세계 32개 연구소의 과학자 442명이 참가한 가운데 진행됐고 인간 게놈을 이루는 32억개 DNA 염기서열의 기능적 요소를 망라하고 있다.
이번 세밀지도의 특징은 그동안 쓸모없다고 여겨졌던 유전자들을 정밀 분석했다는 점이다. 과학자들은 이번 작업에서 기능과 정체가 모호해 ‘정크(junk·쓰레기) DNA’로 분류됐던 유전자들에 초점을 맞췄다. 그 결과 전체 유전자의 80%가 저마다 특정한 기능을 수행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2001년 2월 최초로 인간 게놈지도가 완성된 이후 과학자들은 전체 유전자 중 2%에 불과한 ‘단백질 암호화 유전자’에만 연구를 집중해 왔다.
뉴욕타임스는 정크 DNA가 암, 크론병 등 희귀질병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규명돼 환자 맞춤형 치료와 신약 개발에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했다고 보도했다.
게놈 세밀지도는 ‘유전자 스위치’ 400만개도 찾아냈다. 이 스위치들은 유전자 발현을 관할하며 심장병에서 정신질환에 이르기까지 각종 질병의 위험도를 조절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작업에 참가한 과학자들은 “이 정보가 많은 질병의 새로운 치료법 개발에 도움을 줄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