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협의회 차흥봉 회장 “복지 정상 향해 7부 능선 넘어 미흡한 노인복지 우선 일자리로 해결해야”

입력 2012-09-06 20:35


한국전쟁 중이던 1952년 탄생한 한국사회복지협의회가 올해로 창립 60주년을 맞았다. 복지협의회의 60년은 한국 사회복지의 60년과 궤를 같이 한다. 평생 복지전문가로 현장을 지켜온 협의회 차흥봉(70·전 보건복지부 장관) 회장을 ‘제13회 사회복지의 날’(9월 7일)을 앞두고 5일 만났다. 사회복지의 날은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정·공포일을 기념해 1999년 지정됐다.

-지난 60년간 한국은 복지국가로 발돋움한 것인가.

“완전한 복지국가를 산 정상으로 보면 한국은 7부 능선을 넘었다. 3부만 오르면 정상이다. 물론 부족하다. 하지만 역사를 보라. 30년 전 국내에 사회복지사는 한 명도 없었다. 지금은 54만명이다. 김포공항 국제청사에 장애인 화장실이 하나도 없었던 시절이 있었다. 짧은 시간에 빠른 속도로 이만큼 왔다. 나는 그 60년이 위대한 여정이었다고 믿는다.”

-가장 성공적인 제도를 꼽는다면.

“건강보험과 국민기초생활보장제를 꼽고 싶다. 1950∼60년대 정말 많은 사람이 돈이 없어서 아파도 병원에 못 갔다. 지금은 달라졌다. 1977년 건강보험이 도입될 때 비판도 많았다. 하지만 큰 마찰 없이 돈이 조달되고 제도가 안착됐다. 지난 35년간 건강보험이 국민건강에 미친 효과는 컸다. 기초생활보장제는 절대 빈곤층에 국가가 최저생계를 보장해줬다는 점에서 중요한 제도이다. 김대중 정부 시절인 1999년 복지부 장관으로 이 법을 도입했기 때문에 특히 애착이 간다.”

-앞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면.

“연금제도는 미완성으로 남아있다. 1988년 늦게 시작한 데다 납부예외자가 600만명이나 되고 가입자들의 연금액수도 많지 않다. 노후 소득보장으로서의 기능이 크게 떨어진다. 공백을 메우기 위해 기초노령연금(만65세 이상 노인 중 소득 하위 70%에게 일정액의 연금을 주는 제도)을 도입했지만 소액이다. 정부 재정으로 주는 돈이기 때문에 한도를 무한정 늘릴 수가 없다. 앞으로 2050년 노인인구는 1600만명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이 많은 고령 노인 인구가 어떻게 먹고살 것인가.”

-노인복지를 위한 해결책은.

“국민연금이 노후보장으로서 제 역할을 할 때까지는 적어도 40∼50년은 더 걸릴 것 같다. 그때까지 일자리로 해결해야 한다. 정년 연장, 임금피크제 등으로 건강한 노인들이 오래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자면 꾸준히 경제성장이 이뤄져야 한다. 나는 낙관적이다. 한국인의 에너지, 잘살고자 하는 의욕을 믿는다.”

-한국이 나머지 3부 능선을 넘는 시점은.

“2020년대 중반이면 선진복지국가로 갈 수 있을 것이다. 정치권에서 복지 논쟁이 활발한데 지금이 분기점이다. 숨 고르고 안착하는 방식을 택해야 정상을 밟는다. 잘못하면 경착륙한다. 일본에서 노인 의료비의 본인부담금을 없앴더니 불필요한 수요가 폭증했다. 매일 출근하던 할머니가 병원에 안 나오니까 의사가 친구에게 ‘할머니 어디 아프시냐’고 물었다는 우스개가 일본에 있었다. 결국 본인부담금을 다시 부활시켰다. 복지정책은 후손들을 생각하고 책임지는 자세로 고민해야 한다.”

이영미 기자 ym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