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없어 찾아간 보호시설… 기초수급자 ‘울고’ 나온다

입력 2012-09-06 22:01

신지은(가명·30·여)씨는 지난 4월 경기도 의정부의 한 가정폭력피해자보호시설을 찾았다. 일정한 거주지 없이 떠돌아다니던 신씨는 ‘편히 잘 곳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신씨는 보호시설 관계자의 설명을 들은 뒤 입소를 포기했다. 보호시설에서 생활할 경우 정부로부터 지원받는 시설 생계비가 평소 받던 기초생활수급비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는 설명이었다.

김정란(가명·20·여)씨도 지난달 16일 26개월 된 아이와 함께 대전 중구의 한 모자보호시설을 찾았다가 발길을 돌렸다. 60만원 정도 되는 기초생활수급비가 시설에 들어올 경우 절반 이하로 줄어든다는 설명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이 보호시설 원장은 “김씨는 시설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딱한 처지였다”며 “김씨처럼 이곳을 찾았다가 생계비에 대한 설명을 듣고 다시 돌아가는 분들이 많다”고 안타까워했다.

6일 인제대학교 산학협력단이 보건복지부의 용역을 받아 진행한 ‘보장시설수급자 급여기준 개선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기초생활수급비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시설 생계급여액 때문에 시설의 보호가 필요한 대상자들이 입소를 꺼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는 48개 시설 종사자에 대한 집단 면접조사로 진행됐다.

보호시설에서 살아가는 기초생활수급 대상자는 1인당 생계급여액 14만2951∼14만3422원을 받는다. 이는 일반수급자가 받는 수급비 35만1678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금액이다. 연구에 참여한 한 시설 관계자는 “일반 수급비와 시설 생계급여액의 금액 차이가 너무 커 입소를 꺼리게 된다”며 “김씨처럼 시설의 보호가 필요한 사람들이 생계비를 많이 받기 위해 시설에 들어가지 않거나 퇴소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보호시설에 들어간 사람들은 주거비 등 일부 생계비를 아낄 수 있기 때문에 일반수급자보다 낮은 생계비를 지급받는다. 지난해 7월 기준 전체 보호시설(4891개소)에서 생활하는 인원은 8만7227명이고 이 중 기초생활수급 대상자는 58% 정도다. 최근에는 소규모 보호지시설이 증가하는 추세인데,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지원받는 금액으로는 입소자들의 기본적인 생활도 보장해주지 못하는 곳이 많다고 한다. 또 치매 노인이나 장애인 등은 일반인보다 더 많은 식비를 배정해야 하지만, 현재 지원금액으로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보호시설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 보호시설 관계자는 “제한된 식비에 맞추기 위해 싼 음식 재료를 구해다 쓰는 시설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연구를 진행한 이선우 인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시설 생계비는 기초생활수급비와 같은 책정 근거가 없어서 급여 기준의 합리성이 떨어진다”며 “시설 규모에 따라 차등적으로 생계비를 지급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등 현실성 있게 수정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