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걸린 의사·여관같은 병실… ‘이상한’ 병원
입력 2012-09-06 22:01
숙식만 제공하는 ‘모텔형 병원’을 운영하며 보험금을 허위 청구해 50억원을 챙긴 사무장 등 병원 관계자가 무더기로 적발됐다.
금융감독원과 서울지방경찰청 경제범죄특별수사대는 6일 하지도 않은 치료를 한 것처럼 꾸미거나 입원 기간을 부풀려 환자와 함께 보험금을 부당 수령한 혐의(사기 등)로 최모(50)씨 등 3명을 구속했다. 의사 면허를 빌려준 윤모(83)씨 등 15명과 강모(51·여)씨 등 환자 231명은 불구속 입건했다.
병원 사무장인 최씨 등이 2008년 12월부터 지난달 말까지 서울 강남·송파에서 운영한 의원 5곳은 진료나 치료를 전혀 하지 않는 ‘무늬만 병원’이었다. 이들은 치매환자인 의사 윤씨 등 6명 명의로 병원을 차렸다. 명의를 내준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 홍모(43)씨는 정신분열증 환자였고, 파킨슨병을 앓는 의사도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어떤 의사는 병 때문에 머리를 막 흔들기도 했다”며 “최씨 등은 이들이 더 이상 의료행위를 하지 못하는 점을 이용했다”고 전했다.
의사들은 일주일에 한두 번, 그것도 오전에만 출근했고 진료는 하지 않았다. 의사 면허를 빌려준 대가로 월 500만∼600만원을 받았다.
최씨 등은 인근 대학병원에서 통원 치료를 받는 암 환자를 유치해 범행에 가담시켰다. 입원 치료를 한 것처럼 진료기록부 등을 꾸며주는 대신 입원비로 하루 4만∼12만원을 받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별도로 챙긴 요양급여는 20억원이었다.
환자들은 병원을 모텔처럼 먹고 자는 곳으로만 이용했다. 대부분 대학병원에서 암 수술을 받아 집에 가도 되는 상태였다. 이들은 병원에서 조작해준 서류를 보험사에 제출하고 보험금 30억원을 챙겼다.
금감원 관계자는 “적발된 병원들은 아직 사법처리 전이라 이름을 바꿔 영업 중”이라며 “부당 수령 보험금은 환수하고 해당 병원에 대해선 세무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