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요금 원가 공개 판결] ‘영업비밀’ 이유로 숨겨졌던 ‘원가 구조’ 베일 벗나

입력 2012-09-07 00:21


법원이 6일 통신요금의 원가를 알 수 있는 방송통신위원회 자료 일부를 공개하라고 결정함에 따라 통신요금 체계를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원가정보 공개 어떻게=법원 결정에 따라 이동통신사들이 통신요금 원가를 공개할 경우 요금 인하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커질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이 지난달 발표한 2분기 가계동향 조사에 따르면 가구당 통신비는 월평균 15만4400원으로 지난해보다 9.3% 올랐다. 소비지출 12대 항목 가운데 증가율이 높은 편이다.

알뜰폰(이동통신재판매·MVNO) 업체들도 원가 공개를 요구해 왔다.

업계 관계자는 “예를 들어 문자메시지(SMS) 평균 요금이 15원인데 MVNO 업체는 그중 도매원가 8원을 이통사에 부담했다”면서 “실제 도매원가는 8원보다 저렴할 것으로 보는데 이통사들은 영업비밀이라며 공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공개한 도매원가가 기존 가격보다 저렴할 경우 MVNO 업체들은 요금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음성에서 데이터 요금으로 전환=원가 공개를 계기로 통신요금 체계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들의 휴대전화 이용 패턴이 달라지면서 음성 위주의 요금제에서 데이터 요금제로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었다.

데이터 요금제는 요금제별로 일정한 데이터량을 제공해 음성통화, SMS 등의 사용량에 따라 데이터를 차감하는 것을 말한다.

이통사들은 모바일 메신저 등으로 음성통화 매출은 추락한 반면 데이터 트래픽 부하에 따른 망 투자비용이 늘었다며 요금 단가 인상을 전제로 한 데이터 요금 전환을 주장했다.

참여연대도 데이터 요금제는 찬성하지만 요금 단가는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여연대 주장대로라면 소비자들은 1석2조의 효과를 누리게 된다. 요금제 자체가 저렴해질 뿐만 아니라 제공받은 데이터량에 맞춰 모바일 인터넷전화(mVoIP)를 자유롭게 사용, 통신비 절감 효과를 볼 수 있다.

◇선불요금제 확대되나=이번 판결을 계기로 미리 요금을 낸 만큼 음성이나 데이터 통신 서비스 이용이 가능한 선불요금제 확대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방통위에 따르면 2007~2010년 사이 50만~70만명대를 오가던 국내 선불요금제 가입자는 2010년 이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면서 지난 6월 말 124만여명 수준으로 늘었다. 그러나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 5300만여명 중 2.3%에 불과하다. 미국 등 선진국들은 시장의 절반가량이 선불요금제다.

선불요금제의 장점은 가입비가 없는 데다 기본료도 없거나 저렴해 소량 이용자에게 유리하다. 후불요금제보다 월 1만원 이상 저렴하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미리 정한 이용량을 다 써도 전화 수신은 가능하다. 이통 3사뿐만 아니라 MVNO 사업자들도 다양한 선불요금제를 출시한 상태다.

선불요금제 가입자가 전체 가입자의 5%로 확대될 경우 연간 1076억원, 20%로 증가할 경우 연간 4304억원의 요금 절감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1인당 연 4만1000여원이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