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 유발 수학 선행시험 39개교 적발
입력 2012-09-06 19:06
지난 7월 치러진 서울 A고등학교의 2학년 1학기 수학 기말고사에는 ‘탄젠트값’을 주고, ‘사인과 코사인 수식’을 풀이하라는 문제가 출제됐다. 이 문제는 2학기에 배울 ‘수학Ⅱ’ 과정에서 나온 것이다. 이 학교의 2학년 1학기 정규 교육과정에는 애당초 ‘수학Ⅰ’만이 편성돼 있었다.
정상적인 교육과정 범위를 벗어나거나 선행수업을 받아야 풀 수 있는 ‘어려운 수학문제’를 낸 학교들이 적발됐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1학기 수학 교과 기말고사에서 선행문제를 출제한 중·고등학교 39개교에 대해 기관경고 등의 조치를 했다고 6일 밝혔다.
시교육청은 7∼8월 서울 시내 모든 중·고교의 1학기 수학 기말고사 시험지를 걷은 뒤 일선 교사들로 구성된 점검단을 만들어 교육과정 범위를 벗어난 선행 출제 여부를 조사했다. 조사 결과 A고교를 비롯한 23개 고교와 16개 중학교가 정상적인 교육과정을 벗어나거나 지나치게 어려운 문제를 출제해 사교육을 유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기관경고를 받은 B중학교의 경우 1·2·3학년 전 학년에서 교육과정을 벗어난 문항들이 출제됐다”며 “심지어 이 학교 3학년 시험엔 삼각함수와 2차 타원 곡선 등 고교 수학에 해당하는 문항이 등장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에 적발된 학교들 중 특목고나 자사고, 또는 강남3구의 학교들이 두드러지진 않았다”며 “지역별로 골고루 분포하고 있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시교육청은 선행 출제 정도가 70% 이상인 9개교에 대해 기관경고, 40∼70%인 5개교에 대해 기관주의, 40% 이하인 25개교에 대해 시정계획서 요구 처분을 내렸다.
시교육청의 지적에 대해 A고교 관계자는 “1학기 정규 교육과정에 수학Ⅱ가 편성되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수학Ⅰ 진도가 빨리 끝나 미리 당겨 배웠던 수학Ⅱ 문제를 출제한 것뿐”이라며 “학생들이 전혀 배우지 않은 내용을 출제한 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시교육청은 “수학의 경우 선행학습 수요가 가장 큰 과목”이라며 “사교육 근절을 위해 2학기에도 점검을 계속하는 한편 선행 출제 학교를 지원 사업 등에서 제외하는 등 행정·재정적 조치를 강화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김수현 기자 siemp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