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비투자 위축… 성장 잠재력 좀먹는다

입력 2012-09-06 18:59


한국의 설비투자가 최근 크게 위축돼 성장 잠재력을 위협한다는 정부 분석이 나왔다. 인구 고령화 등으로 이미 하락 추세에 접어든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더 빠르게 나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기획재정부는 6일 ‘최근 설비투자 동향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의 설비투자 동력이 과거보다 크게 위축됐음은 물론 주요국들보다도 빠르게 약화되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가별 1인당 국민소득(GNI)이 1만 달러에서 2만 달러로 높아질 때 설비투자 증가율을 비교한 결과 한국은 6.7%로 미국(8.5%) 영국(7.4%) 프랑스(9.7%) 일본(7.4%) 등에 크게 못 미쳤다. 시기별로 보면 우리나라의 설비투자 증가율은 1990년대의 절반 수준도 안 될 정도로 떨어진 상태다. 실제로 1991∼2000년 연평균 9.1%였던 것이 지난해 3.7%까지 급락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투자 심리가 위축된 탓이다.

문제는 설비투자 부진이 생산성 감소와 직결되고 이는 다시 소득, 고용 위축 등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실제 지난해 말 이후 설비투자 부진은 경제회복의 걸림돌이 된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4.2% 중 설비투자 기여도는 1.0% 포인트였지만, 4분기 기여도는 -0.3% 포인트로 낮아졌다. 설비투자가 오히려 경제성장률을 0.3% 포인트만큼 깎아먹었다는 얘기다. 올해 2분기에도 설비투자 기여도는 -0.3% 포인트였다.

보고서는 “설비투자 부진이 지속될 경우 경기회복이 지연되고 성장기반도 훼손돼 성장 잠재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잠재성장률 하락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권순우 거시경제실장은 “얼마 전까지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3%대 후반으로 추정했는데 유럽 재정위기의 장기화 등 최근 상황을 고려하면 더 살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면서 “저성장이 지속되면 잠재성장률은 더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