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장 잃은 한화, 이라크 신도시 개발 ‘삐걱’… 선수금 8억달러 지급기한 한달 넘도록 못 받아
입력 2012-09-06 22:06
한화그룹이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사업의 선수금 8억 달러(9100억원)를 지급 기한이 지났는데도 받지 못해 비상이 걸렸다. 이에 따라 사업을 주도한 김승연 회장의 구속 여파로 해외 대형 프로젝트가 큰 차질을 빚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라크가 사업 지속 여부에 불안감을 나타내자 국토해양부가 이라크 정부에 공문을 보내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한화는 지난 5월 30일 이라크 국가투자위원회(NIC)와 80억 달러 규모의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사업 본계약을 체결하며 선수금으로 계약금의 10%를 2개월 이내에 받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지급 기한인 7월 30일이 한 달 넘게 지났으나 아직 선수금이 들어오지 않은 것으로 6일 확인됐다.
한화는 이슬람의 라마단 기간(7월 21∼8월 18일)과 지급 기일이 겹쳐 입금이 늦어지는 것으로 판단했으나 라마단이 끝난 뒤에도 지급이 이뤄지지 않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김 회장은 지난달 16일 법정구속됐다.
한화는 2주 전 김현중 부회장을 이라크에 급파해 이라크 정부와 NIC 측과 협의를 계속하고 있다. 김 부회장은 김승연 회장과 직접 사업 논의를 했던 누리카밀 알 말리키 총리와의 면담을 타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는 그러나 “선수금 지급이 약간 늦어지는 것일 뿐 큰 문제는 없다”면서 “현지에서 공사가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라크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새어나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라크 정부는 이례적으로 김 회장의 구속과 비스마야 프로젝트의 지속 여부 등에 대해 국토부와 한화에 답변을 요구했고, 국토부는 지난달 21일 이라크에 ‘김 회장 공백에 따른 사업 위험성은 없다’는 내용의 공문을 이라크에 보냈다. 국토부는 “정부 보증으로 이라크 정부를 안심시키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건설업계에서는 이라크 정부가 김 회장을 믿고 프로젝트를 맡겼기 때문에 김 회장 구속으로 사업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특히 비스마야 신도시 프로젝트에 참여할 예정인 하도급 업체에 불안감이 퍼지고 있다. 한 중소건설사 관계자는 “국내 건설시장이 최악인 상황에서 한화의 이라크 사업이 유일한 돌파구”라며 “잘 진행되다가 김 회장 구속이라는 암초를 만나 사업 자체가 흔들리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비스마야에 이은 2차 신도시 건설 등 이라크 전후 복구사업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려던 한화의 계획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국민주택 10만 가구 건설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공사=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서 동남쪽으로 10㎞ 떨어진 비스마야 지역에 1830만㎡ 규모의 신도시를 개발하는 공사다. 도로와 상수도를 포함한 신도시 조성공사와 10만 가구의 국민주택 건설공사로 나눠 진행된다.
한화그룹이 설계·조달·시공을 일괄 수주했다. 김승연 회장이 “제2의 중동 건설 붐을 이끌겠다”며 이라크를 방문, 누리카밀 알 말리키 총리를 직접 만나 계약을 따낼 만큼 의욕을 보였다.
계약이 체결된 지난 5월 30일 이후 공사가 시작됐다. 공사기간은 7년이며 공사대금은 80억 달러(9조1000억원)에 육박한다. 공사현장에 국내 100여개 중소 자재·하도급 업체와 그 직원 1400여명이 동반 진출할 예정이다. 한화그룹은 이번 공사가 단일 프로젝트로는 우리나라 해외건설 역사상 최대 규모라고 설명했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